위치가 말을 한다. 평소 정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리는 신문과 방송, 시민단체 쪽이다. 때로는 이들의 질타가 듣는 입장에서 보면 민망한 부분도 많아 절대 이들 스스로는 그 똥통의 길로 들어서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말끝마다 정치에 발 담글 사람이 아님을 강조하고, 시켜줘도 그 짓만은 하지 않을 듯한 결연한 의지 같은 것도 내비친다.그러다 막상 선거철이 되면 이들이 제일 먼저 들썩거린다. 절대 방송만 하겠다던 사람, 신문기자로서 사명을 다하겠다던 사람,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똥통 같은 정치판엔 발을 담그지 않겠다던 시민운동가들이 줄줄이 자기가 욕하던 판으로 들어간다. 말로는 판을 바꾸러 들어간다는데 들어가서는 자기가 욕하던 것들과 똑 같아지고, 또 그것들을 같은 조직내의 상전으로 섬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정치판을 욕하고 국회의원들을 욕하던 것은 다 그 판에 들어가기 위한 쇼였나. 결국은 그간의 비판이라는 것도 부정부패의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에 '나 좀 불러줘' 하는 술수였나. 선거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판이더라도 제 자리를 지켜야 할 사람들은 좀 제자리를 지키자는 얘기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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