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의 주행시험장. 트랙 위에서는 현대차가 개발중인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 하이브리드카의 주행시험이 한창이었다. 현대차 차세대차량개발팀은 올해 말까지 환경부에 200대의 하이브리드카를 납품한다. 환경부는 하이브리드카를 대당 2,800만원에 구입해 경찰청·우체국 등의 업무용 차량으로 보급, 시범운행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가 우리나라 친환경 자동차의 원년이 되는 셈이다. 현대차 측은 이르면 내년 말이면 일반인에게 시판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차세대 차량개발팀 유기호 선임연구원은 "현재 각 부품간의 통합제어 성능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내년 시판목표 개발 막바지
소형차 클릭을 하이브리드카로 개조한 시험차량을 타고 달려봤다. 주행하던 차가 잠시 정차하면 엔진이 즉시 꺼진다. 다시 가속기를 밟으면 시동이 걸리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정지하고 있는 동안의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는 차세대차량개발팀장 김철수 박사는 "현재 완성도는 60%정도 수준"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개발중인 하이브리드카는 주행 중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소프트 타입'이다. 엔진과 모터의 출력을 50대50 정도로 조정하는 일본 도요타의 '하드타입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연비는 떨어지지만 자동차 제작비가 훨씬 낮아 일본 혼다 등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 박사는 "국내 기술은 선두업체인 도요타에는 뒤지지만 엔진·모터·전지 등 핵심부품을 모두 국산화해 혼다나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 3'와는 대등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까지의 기술발전 상황을 감안할 때, 2020년을 전후해 하이브리드카가 전세계시장의 5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은 제자리 걸음
하지만 친환경차량의 국내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김 박사는 "현대차는 2000년부터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량에 대해 본격개발에 착수, 연간 400억∼500억원의 기술개발비와 100명 내외의 전문인력이 투입되고 있다"며 "그러나 도요타와 비교하면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도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7월 입법 예고된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아직도 법제처에서 검토중이다.
미국정부가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7억2,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일본정부가 1997년 이후 매년 10억 엔 이상을 지원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입사 후 3년째 하이브리드카 연구에 매달리고 선임연구원 조성태 박사는 "개발팀 모두가 자동차 산업이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지만, 수천억원이 투자되는 개발 비용을 기업이 혼자 감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경쟁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화성=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엔진·모터 동시 사용
● 하이브리드카 자동차 동력으로 기존 엔진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사용해 연료소비량과 배출가스를 절반 이하로 줄인 차세대 친환경 차량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