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上海)시가 추진해 온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주변 재개발 계획을 정부가 1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청사가 헐리거나 훼손될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뒤늦게 재개발업체 공개경쟁입찰에 한국토지공사와 한국관광공사를 참여 시켜 임정청사를 보존키로 했으나 준비부족으로 낙찰 가능성이 크지 않아 지난해 재개발 참여를 위해 정부 지원을 요청했던 국내기업과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의 비난이 거세다.정부가 상하이시의 루완(盧灣)구 마당(馬當)로 푸칭(普慶)리 306롱(弄) 임정청사 일대의 재개발 계획을 알게 된 것은 1년 전. 중국 현지기업과 공동으로 2002년부터 상하이시와의 재개발사업 수의계약을 추진해 왔던 한신공영은 중국 홍콩 등 건설업체가 사업을 맡을 경우 임정청사가 아예 헐리거나, 보존되더라도 주변 건물이 모두 사라져 역사성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정부 각 부처에 수주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상하이시가 이 일대 부지 1만4,000평을 40년 단위의 장기임대 방식으로 재개발한다는 세부 계획을 확정한 것은 지난해 12월30일. 상하이시는 업체선정을 수의계약방식에서 공개입찰로 바꾸기로 했으며 중국 홍콩 등의 38개 업체가 입찰 서류를 구입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사업이 확정되고 입찰 일정이 시작되자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토지공사와 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토록 한 뒤 중국측에 부탁해 입찰 예정일을 지난달 25일에서 10일로 연기했다. 지난주에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상하이시에 보내 한국 주도의 재개발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개발 확정 이후 대응과정마저도 매끄럽지 못했다. 토지공사 대외사업처의 관계자는 "1월29일 입찰을 위한 비상팀을 꾸렸지만 한신공영과의 업무혼선으로 지난달 17일에야 관광공사와의 공동 입찰이 최종 확정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뒤늦게 나선 정부가 토지공사 등에 입찰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임정청사 보전을 최초로 제기한 한신공영은 지난달 15일 입찰을 포기했다.
더 큰 문제는 토지공사와 관광공사가 개발권을 따낼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D건설의 김모 이사는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은 중국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대규모 공사를 위해서는 최소 7∼8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지만 토지공사 등은 입찰 참여를 준비한 지 1개월밖에 안돼 낙찰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접촉을 통해 낙찰 여부에 관계없이 임정청사의 원형보존을 약속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임정청사 주소지인 306롱 3∼5호는 재개발 공고에서 제외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진출 한국기업 관계자는 "중국과의 협의는 구두상 약속이어서 외국업체가 선정된다면 청사를 재개발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한신공영측은 "공개입찰 결정 이전에 정부가 수의계약 추진을 도와주었더라면 임정청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긴박한 상황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부의 무사안일을 꼬집었다. 광복회 관계자도 "2001년 국내기업 등의 도움으로 재복원된 임정청사에 정부가 이렇게 무관심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이제라도 외교력을 발휘해 청사 주변 보존에 대한 문서상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시정부를 수립한 독립운동가 고 조동호 선생의 장남 조윤구(65)씨는 "대한민국의 출발지인 임정청사를 어떻게 이 지경에 빠뜨렸는지 정부는 자세하게 밝히고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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