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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서대문구 수화 통역사 석경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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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서대문구 수화 통역사 석경아씨

입력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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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입니다. 어제 주문한 택배가 몇 시에 오는 지 알 수 있을까요." "네. 전화해보니 오후 2시께 도착한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건강하세요. 조만간 구청으로 찾아 뵐게요." 27일 서대문구청 1층 민원봉사과. 여느때처럼 민원인들로 북적이는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수화통역센터의 수화통역사 석경아(25)씨의 휴대폰도 쉴 틈이 없다. 그러나 석씨의 휴대폰 사용방법이 특이하다. 말 대신 대부분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상대방은 불특정 다수이고 내용도 다양하다. 택배 도착 시각, 고장난 컴퓨터 수리 요령, 가까운 병원 위치 문의 등 갖가지 정보가 그의 휴대폰을 타고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인터넷 메신저도 쏟아지는 질문들로 끊임없이 깜빡거린다.현재 서울시 16개 자치구에 활동하는 수화통역사의 주업무는 2가지. 구청을 찾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안내와 상담, 그리고 병원, 은행 등을 농아인과 함께 직접 찾는 '출장서비스'가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화통역사들은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다."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일반인들과 달리 그들이 느끼는 불편은 상상 이상"이라는 석씨는 "일반인들에게 사소한 일도 이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석씨는 한밤 중에 서울시내 한 경찰서 교통조사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대문구에 사는 청각장애인의 차가 접촉사고가 났는데 '말이 안 통해 조사가 되질 않는다'는 담당 경찰관의 하소연이었다. 택시를 타고 달려가 사고 처리를 마치자 날이 훤히 밝아있었다. 석씨는 "경찰서, 법원, 쇼핑센터, 시장 등 청각장애인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야 하고 시도 때도 없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석씨가 담당하는 청각장애인은 서대문구에 주소를 둔 1∼6급 청각장애인 700여 명. 그러나 석씨는 "다른 자치구 청각장애인 중에 서대문구에 있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을 가려는 분들은 제가 직접 모시고 가곤 한다"며 "행정구역 구분은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일 뿐이에요"라며 웃었다.

마침 이날 중랑구에 사는 송영님(54·여)씨가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가기 위해 석씨를 찾아왔다. 송씨와 함께 온 중랑구 수화통역사 김형진(30)씨는 "자기 구 청각장애인이 다른 구에 볼 일이 있을 때 직접 모시고 가서 그 쪽 수화통역사에게 안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른 구 수화통역사들과의 호흡 맞추기도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확한 의사전달은 물론 격앙된 감정을 중간에서 다독거려 줘야 하는 고충도 이만저만 아니다. 가족불화를 조정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석씨는 "청각장애인 며느리와 수화를 못하는 시부모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겼는데 중간에서 화해시키기 위해 진땀을 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비롯해 공공기관에 수화통역사가 없어 일반인보다 오래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보다 많은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수화통역사가 더 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장애인 전반에 대한 복지시설 확대도 절실하지만 특히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화상전화기, 양면모니터 등 시설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수화통역센터 현황

1998년 한국농아인협회 서울시지부가 운영하는 서울시수화통역센터가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수화통역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서대문구를 포함한 16개 자치구와 서울시수화통역센터 6개. 이 곳에서 모두 41명의 수화통역사가 활동 중이다.

올 들어서 영등포구 등 6개 자치구가 통역센터를 설치했고 서울시강서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특히 서울시수화통역센터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수화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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