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28일 끝난 6자회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회담 직후 언론들이 인용한 미 정부 관리들의 말이나 이날 워싱턴에서 발표된 국무부 성명은 모두 북한과의 이견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번 회담에서 이룬 진전을 높이 샀다.국무부는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 명의의 대 언론성명을 통해"미국은 2차회담 결과를 환영한다"며 "추가 논의에서 다룰 필요가 있는 주요 현안이 남아있지만 이번 회담은 이 문제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을 위한 조직화된 과정에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북한이 다른 5개국과 협력해 자신의 핵무기 추구로 야기된 문제들에 대한 만족할 만한 해결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의 이런 반응은 회담을 통해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의 필요성에 대한 미국의 주장이 더디지만 서서히 북한 핵 문제의 해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자체 진단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에 실질적인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데 보다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29일 "북한의 핵 무기 종식 방법에 대한 어떤 이해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며 "북한이 민간 발전용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강력히 부인하는 등 어떤 측면에서는 회담 시작전보다 북미간의 입장차가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어떤 의미 있는 돌파구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미국은 이번 회담이 기대치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며 "회담의 빛 바랜 결론은 북한과 미국의 외교적 간격이 좁아졌다는 증거를 별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가들의 말을 전했다. 이 같은 상반된 평가는 향후 북한 핵 대응 문제를 두고 미 정부 내에 강경파와 온건파의 노선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이 보인 여러 메시지 중 핵 폐기의 유연한 태도를 보고자 하는 협상파와 HEU의 부인 등 기존 입장 고수에 주목하는 강경파 사이에 향후 대응의 수위 조절 두고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는 틀린 것"이라는 워싱턴의 한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미 정부내의 갈등 기류를 전했다.
이 같은 미 정부 내 대북정책의 혼선과 11월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올 상반기 중 또 한 차례의 회담이 열리더라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한반도 전문가는 "부시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단기간에 핵 항복 선언을 받아낼 수 없을 것이라면 대선 때까지 현상을 유지하는 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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