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회를 관통해 흐르는 군자와 소인의 이분법적 편가름과 흑백논리는 공자의 발명품입니다. 어떻게 사람의 인품을 사과 쪼개듯이 나눌 수 있나요." 1999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로 논쟁을 일으킨 김경일(46) 상명여대 중문과 교수가 다시 '공자 죽이기'에 나섰다.그의 새 책 '사서삼경을 읽다'(바다출판사 발행, 1만2,800원)는 우리 유교문화의 뿌리이자 그 기본 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 사서삼경을 삐딱하게 읽고 새로운 이해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는 "이데올로기로서 '공자'를 버리는 것과 고전을 가치중립적으로 읽어내는 일은 별개의 작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그의 관심은 '공자 깎아내리기'에 치중하는 것 같다. 비판의 강도도 여전하다. "군자는 옳은 것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어요. 여기에는 이익을 죄악시하고 가난을 합리화하는 문화적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공자의 언행이 표리부동하다"고 공격한다. 공자는 소박함과 검소함을 동경했지만, 그의 주변에는 생선이나 고깃덩어리가 자주 있었고, 친구들에게 마차 따위의 고급선물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공자의 여성차별시각에 대해서도 각을 세운다. "논어에 여자와 소인배는 가까이하면 버릇이 없어지고, 멀리하면 원망을 품는다고 나와 있어요. 이는 오늘날 가정에서 폭력에 노출된 아내들의 비율이 60%를 넘게 되고, 여성을 배제함으로써 국가적 역량의 손실을 가져온 것 아닐까요."
군자와 소인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고, 페미니즘 시각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차별의식과 편견에서 비롯한 '정치적 역기능'이 심각하므로 이를 시정하려면 죽여야 할 것은 확실히 죽여야 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사회의 이혼문제나 호주제 폐지 등을 여성중심적으로 해석해 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우리사회에서 이혼율이 높은 것은 여태까지 가부장적인 전통윤리, 수직적인 관계를 지키는 남편과 여기에 반발하는 아내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남성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여자들도 남자들에게 문화적으로 내려갈 계단을 만들어주지 않은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의 일관된 주장은 밀폐되고 허세를 내세우고 불공평한 유교문화를, 공개되고 실용적이며 공평한 것으로 바꾸어 가자는 것.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사서삼경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 책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기본 텍스트에 대한 통찰력이 있을 때에만 이것이 어떤 식으로 악용됐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한자문화권에 속하고, 거기서 살아 남으려면 비판과 동시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공자가…'가 나온 후 성균관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하고 전화공세에 시달리는 등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웠다"는 그는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다양성이 존중돼야 하고 스스로 정화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과 관련, 김 교수는 2002년 고법에서 승소한 후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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