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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그래도 희망을 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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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그래도 희망을 품자

입력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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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살인혐의로 누명을 쓰고 종신형으로 쇼생크 감옥에 갇힌 주인공은 감옥에서 전혀 실현될 것 같지 않은 희망을 품고 남몰래 치밀한 계획을 세워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교도관에게 위협을 당하면서도 절세방법을 가르쳐 주고 그 대가로 동료들에게 감옥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잠시 동안의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감옥의 도서관을 바꾸기 위해 답장이 없는 편지를 2년 넘게 꾸준히 보내고, 독방에 갇힐 것을 알면서도 '휘가로의 결혼'을 감옥에 울려 퍼지게 한다. 이는 그가 비록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감옥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는 누명을 벗는 방법이 좌절되자 그 동안 준비한 탈옥이라는 방법으로 희망을 실현한다.우리가 사는 세상도 영화 속 세상과 비슷하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품을까 말까, 품은 희망을 위해 일을 할까 말까 늘 망설인다. 또 희망을 품었다가 목숨이 위태로워지기도 하고,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상처를 주기에 아예 희망을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품어야 할 희망은 너무나 많다.

우리의 정치현실을 보면 누명으로 감옥에 갇힌 주인공만큼이나 어둡고 답답하다. 돈을 물쓰듯 써야 선거에 이길 수 있고, 곧잘 색깔 논쟁에 휘말려 본질을 흐리며, 지역주의는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국회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논의과정에서 보이는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어떻게 합리적이고 공평한 대의기구를 만들 것인가 보다는 자기정당 의석수나 자기자리 지키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부패와 권모술수로 물든 정치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깨끗한 정치, 바른 정치실현이라는 희망이 있다. 이 희망 때문에 총선시민연대가 부패와 비리정치인의 낙천·낙선운동을 펴고, 총선여성연대가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해 애쓴다. 또 진보정당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를 국회로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현실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은 갈수록 부자가 되어가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더 가난해져 가정이 깨어지고,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하기도 한다. 부는 막대한 비용의 사교육을 통해 대물림된다. 청년실업률은 높아만 가고, 어렵게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임금의 차별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을 이기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희망이 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는 세상,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일할 수 있는 세상, 돈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희망이 있다.

가정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여성은 직장에서는 임신과 출산으로 차별을 받고 승진과 임금은 물론 채용에서도 제외되는 서러움을 많이 겪는다. 성폭력과 성희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성매매여성이 탈출하고 싶어도 감금되거나 선불금에 묶여 노예와 같이 산다.

이런 가운데서 우리는 성 평등의식을 높이고 문화를 개선하여,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깨고자 하는 희망이 있다. 그 궁극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실현될 것 같지 않은 희망을 품을 때, 혹자는 영화 주인공의 감옥 친구처럼 희망을 품는 것은 위험하다며 현실과 타협하거나 안주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죽음과도 같다. 희망은 삶과 역사를 이끌어가는 전차의 연료와도 같은 것이다. 신이 우리에게 준 능력을 게으름으로 헛되이 하지 말고 아름다운 희망을 품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세밀한 계획을 세워 치열하게 희망을 현실로 이끌어내는 실천을 해야 한다. 우리 모두 그 길 위에 길동무이다.

최 일 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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