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러스트만 지음·박제동 옮김 수희재 발행·1만3,000원
앨빈 토플러는 경제 스파이가 21세기의 유망 산업이라고 했다. 대단한 사업까지 됐는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국가간 첩보가 뒷전으로 물러나고 대기업 정보 전쟁 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전쟁의 일환으로 수행되는 첩보전처럼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보를 빼내기 위한 기업간 경쟁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이 책은 미 중앙정보국(CIA·사진)에서 24년 동안 근무하고 1990년 퇴직후 기업 첩보활동 지원 회사를 설립한 이른바 전직 CIA '작전관(Case Officer)'이 기업간 정보 전쟁에 필요한 노하우를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소개한 것이다. CIA 작전관은 해외의 공작원을 물색, 포섭하고 임무를 부여하는 등 첩보 활동을 지휘하는 사람이다.
책에는 경쟁자 정보, 시장과 리스크 분석, 대항 첩보활동, 기업실사, 보안조사 등 첩보 활동에 필요한 여러 '작전'들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저자가 최상으로 꼽는 첩보 전략은 사람을 사서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 전술이다. 폴크스바겐이 제너럴모터스의 고위 간부를 매수해 정보를 빼냈다가 소송까지 간 사례 등을 인용하면서 그런 작업의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CIA가 했더라면 어떻게 했을지 대안까지 제시했다.
저자는 도청 등 첩보 작전이 때로 법을 어기는 나쁜 일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현실에서 그런 불법 활동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현실을 긍정하고 기업 정보전쟁에서 이기려는 사람에게 필요할 뿐 아니라 그냥 관전자로 CIA의 첩보 활동 사례를 엿보려는 사람에게 흥미로운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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