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승인 없는 이라크 공격과 대북 강경론을 주도해온 리처드 펄(사진) 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 사임했다. 펄은 18일 자신의 후견인 격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사직서를 보냄으로써 17년 동안 맡았던 국방정책 자문 역할을 마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부시 정부의 국방·외교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가 남긴 퇴임의 변은 역설적이게도 주군(主君) 부시의 재선 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다는 것. 사직서에서 펄은 자신의 개인적 견해에 대한 논란이 대선을 앞두고 럼스펠드 장관과 대통령에게로 귀착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펄은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의 전 보좌관인 데이비드 프럼과 함께 대 테러 담당 부서의 개혁과 북한 이란에 대한 대담한 행동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악의 종식'이란 책을 내놓았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이 책에서 펼친 주장을 자유롭게 변호하겠다는 게 그가 밝힌 사임의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그의 사임은 직무와 관련한 추문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펄은 지난해 3월 국방부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던 파산한 통신회사'글로벌 크로싱'으로부터 자문 대가로 72만5,000 달러를 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 위원장에서 물러났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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