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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은 악기부터 다르다/ 세종문화회관 오늘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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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은 악기부터 다르다/ 세종문화회관 오늘 내한공연

입력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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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9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매우 독특한 교향악단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교향악단 중 하나라는 일반적 평가 외에 '빈 필 사운드'로불리는 그들만의 소리, 상임지휘자 없이 연주부터 운영까지 모든 것을 단원 자치로 결정하는 철저한 독립성, 최근에야 여성 단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성차별적 관행으로 유명하다.빈 필 사운드의 비밀은 일단 악기가 다르다는 데서 출발한다. 현악기는 차이가 없지만 관악기는 19세기 이후 개량된 것을 쓰는 여느 교향악단과 달리 18세기 후반 빈 고전주의 시대의 것을 고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엔나호른'이다. 비엔나 호른의 밸브(음정조절 장치)는 오늘날 호른의 일반형인 회전식(로터리)이 아니라 상하로 움직이는 피스톤 밸브다. 클라리넷과 바순, 트럼펫, 오보에, 플루트 등도 다르다. 타악기인 팀파니의 가죽도 플라스틱제가 아닌 송아지 가죽만 고집한다.

악기가 다르니 자연히 소리도 다르다. 빈 필 스스로는 "더밝고, 강약 대비나 음색 조절에서 더 분명하고 다양하다"고 자랑한다. 좀 더 연주하기 편하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개량 악기를 놔두고 굳이 18세기 악기를 쓰는 빈 필의 고집에는 빈 고전주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지만, 완고한 보수주의 냄새도 난다. 현대악기에 비해 진화가 덜 된, 불편하고 불완전한 악기로 정확하게 연주하는 빈 필의 실력은 다른 연주자들의 기를 죽일 만하지만, 질투심에 배알이 꼴리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잘 났어, 정말!"

1842년 창단 당시부터 지켜온 '단원 자치' 원칙에 따라 빈 필은 상임 지휘자가 없다. 그때그때 세계 최고의 지휘자를 불러 연주한다. 누구를 초청하고 무엇을 연주하느냐는 단원들이 결정한다. 지휘자가 쥐고 흔든다는 건 불가능하다. 단원들의 천국이자 그들만의 요새다. 빈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만이 빈 필 단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창단 이후 쭉 지켜온 원칙이다. '빈 필=빈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다. 오페라에서 3년간 연주해야 입단 자격이 주어지는데,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단원 투표로 결정한다.

빈 필의 여성차별은 악명이 높다. 창단 후 155년 만인 1997년에야 처음으로 여성 단원으로 안나 렐케스(하프)를 받아들였다. 그것도 당시 미국 순회공연을 앞두고 빈 필의 여성차별이 미국에서 여론의 맹공을 받자 마지못해 취한 조치였다. 렐케스는 빈 국립 오페라에서 25년간 일한 끝에 겨우 빈 필 정단원이 됐고, 지금은 은퇴했다. 현재 빈 필 연주자 149명 중 여성은 정단원이 아닌 3명만 있을 뿐이다. 지금도 빈 필 단원의 3분의 1은 '빈 필의 순수성을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단원 영입에 반대한다. 그로 인해 시대착오적 '마초밴드'라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비판도 빈 필의 콧대를 꺾지는 못한다. '우리는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채 관객들이 보내는 갈채를 즐길 뿐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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