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배우 가운데 우정출연해서 무대인사에 오르기는 아마 제가 처음일 겁니다.”배우 김수로(31)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장에서 이 말을 해 좌중을 웃겼다. 그는 인민군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열혈 반공청년단원 역을 맡아 1분도 채 안 되게 출연했다. 극중 이름도 없는 카메오(단역 출연배우)였지만, 진석(원빈)과 총부리를 겨눈 그 짧은 장면은 이상하게도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여성관객이 가장 많이 우는 영신(이은주)의 죽음에 직접 관련이 있는 장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민식(42)도 마찬가지. 한국 배우 중 최상위 클라스에 속한 그도 카메오로 나왔다. 평양 시가지 전투에서 국군 진태(장동건)에게 쫓기는 인민군 대좌 역이다. 멋지고 용감하게 싸운 것까지는 좋았으나, 불과 2, 3분 후에 장렬히 죽고 마는 하루살이 배역. 그럼에도 눈알을 부라리며 진태에게 “빨리 죽이라우. 남조선노무 새끼”라고 내뱉는 장면은 ‘태극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두 배우는 강제규 감독의 99년작 ‘쉬리’에 출연한 인연 때문에 강 감독의 5년만의 신작인 ‘태극기…’에 카메오 출연을 자청했다. 이른바 ‘우정출연’인 셈. 가수 조성모(27)도 평소 강 감독과의 친분으로 수많은 인민군 병사중 하나로, 그것도 멀리서 잠깐 나왔다.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소문난 최민식 김수로와 엑스트라도 마다하지 않은 조성모의 출연으로 영화가 더욱 풍성해졌다면 지나친 칭찬일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입력시간 : 2004-02-2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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