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공천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공천심사위가 당 중진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물갈이'를 시작한데다, 현역의원들을 대거 낙천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당 안팎은 뒤숭숭하다.26일까지 탈락의 고배를 마신 현역 의원은 김기배(서울 구로갑) 박원홍(서울 서초갑) 권태망(부산 연제) 박종웅(부산 사하을) 박승국(대구 북갑) 강신성일(대구 동갑) 민봉기(인천 남갑) 이양희(대전 동구) 박시균(경북 영주) 나오연(경남 양산) 박세환(전국구) 이상희(전국구) 의원과 구속 중인 박명환(서울 마포갑) 박주천(마포을) 의원 등 14명. 이들 중 일부는 공천심사 결과에 반발하며 재심을 요청하는 한편,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공언, 만만찮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박승국 박세환 박시균 의원 등 공천 탈락자 30여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책모임을 갖고 "대구·경북 탈락자를 주축으로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한나라당을 응징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직 낙점받지 못한 서청원(서울 동작갑) 박종근(대구 달서갑) 김일윤 임진출(경북 경주) 하순봉(경남 진주) 김용갑(경남 밀양 창녕) 의원 등을 대상으로 이번 주중 대거 '칼바람'이 몰아 칠 것이라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공천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천 심사위는 '물갈이 공천'의 이미지 극대화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14명의 현역 의원들을 탈락시켰는데도 과감한 물갈이를 했다는 인상은 던져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김용갑 정형근 의원의 공천 여부가 관심사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당이 수구 이미지를 벗기 위해선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본인 뿐 아니라 당내 일각에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이미지만으로 탈락시킬 순 없다"며 반대한다. 정형근 의원의 경우 이미 단수우세 후보로 결정돼 있어 최종 공천에서 배제시키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26일까지 이뤄진 민주당 공천의 가장 큰 특징은 현역의원의 '철밥통'이 전혀 깨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90곳에서 단일후보가 결정됐고 62곳에서 경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자진해서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들 외에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추미애 함승희 강운태 김영환 윤철상 이낙연 의원 등 현역 24명이 공천을 받았고 특히 강원 지역에서는 안상현 송훈석 의원 등 5명 전원이 후보가 됐다. 경선 대상자는 김상현(광주 북 갑) 이윤수(성남 수정) 김옥두(장흥·영암) 의원 등 9명 뿐이다. 벌써부터 현역의원 중 탈락자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민주당은 상당수 전국구 의원들까지 지역구에 배려하고 있다.
호남 중진 물갈이론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던 한화갑 전 대표는 신안·무안으로 U턴했고, '희생'한다며 서울로 온 김경재 의원은 조순형 대표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북 을에 둥지를 틀었다. 당 내에서는 "조 대표의 대구 출마가 갖는 상징성이 이미 퇴색해가고 있다"는 한숨이 적지 않다.
최근 추미애 상임중앙위원과 소장 개혁파들이 공천 혁명을 요구했을 정도로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도 적지 않다.
전남 순천과 전북 남원·순창 등지에서는 후보자간 경선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민석(서울 영등포갑), 신낙균(경기 남양주) 전 의원의 공천을 두고서는 "철새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부인사에 대한 영입도 지지부진하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열린우리당 공천의 특징은 각료와 CEO 출신 등 영입 인사들의 전면 배치, 현역 의원의 기득권 유지, 신당연대 출신들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현재까지 후보가 결정된 지역은 103군데. 중앙당이 전략적으로 후보를 결정해 내려보낸 지역이 19개, 단일후보가 확정된 지역이 72개, 경선으로 후보를 정한 지역이 12개다. 앞으로 73곳에서 경선이 치러진다.
각료 출신 중에선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수원 영통,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대구 수성을에 깃발을 꽂았다. 김두관(남해·하동) 전 행자부 장관, 권기홍(경산·청도) 전 노동부 장관, 안병엽(화성) 전 정통부 장관, 이영탁(영주) 전 국무조정실장 등 징발된 각료들도 예외없이 공천을 받았다. CEO 출신인 이계안 전 현대캐피탈 회장은 전략지인 서울 동작 을에서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와 붙도록 했다. 청와대에서는 문희상(의정부) 전 비서실장과 유인태(서울 도봉 을) 전 정무수석, 이해성(부산 중·동) 전 홍보수석 등이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경선을 치르지 않은 채 단일·전략지역 후보로 낙점을 받아 다른 후보들로부터 "경선 원칙을 어긴 낙하산 공천"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현역 의원 대부분이 단일후보로 확정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덕배 의원 등 7명과 심사가 진행중인 9명을 제외하면 현역 30명이 공천 심사대를 무사 통과했다. 탈락한 의원은 경선에서 진 김성호(강서을) 의원 뿐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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