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은 '반지의 제왕'의 절대 반지이고, 우리는 그것을 파괴하는 주인공 프로도이다."영화 속 '절대반지'처럼 미 메이저리그의 명문 시카고 컵스에 재앙을 안겼던 '저주받은 공'(사진)이 할리우드 특수효과 전문가에 의해 영화같은 종말을 맞게 됐다.
프로도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쥬라기 공원'으로 1993년 아카데미상 시각효과상까지 받은 마이클 랜티어리로 결정됐다. 열렬한 컵스 팬인 랜티어리는 영화 'A. I' '백 투 더 퓨처 2' '헐크'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에 참여한 할리우드의 베테랑 스태프다.
지난해 12월20일 경매를 통해 11만3,824달러에 공을 사들였던 사업가 그랜트 데포터는 랜티어리에게 맡겨 27일(한국시각) 공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적인 작업을 위해 이미 랜티어리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연구실에서 매일 10개가 넘는 볼을 다양한 방법으로 파괴하는 실험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을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순간이 클라이맥스가 될 이번 이벤트는 유명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음악과 코미디 공연 등 3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비극적인 종말을 맡게 될 저주의 공도 마지막으로 VIP급의 극진한 대접을 받을 예정이다.
낮에는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이 시작된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를 방문하며 최후의 밤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낸다. 그러나 저주를 잉태한 스티브 바트먼(26)은 초청에 응하지 않아 불참한다.
이번 이벤트는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서 정해졌으며 미 항공우주국(NASA)에 보내 우주로 날려보내야 한다는 등 기발한 내용들이 쇄도했다.
한편 이 비극의 또 다른 주인공인 컵스의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는 "난 그 볼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며 일련의 쇼비즈니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주훈기자 nomade@hk.co.kr
● "저주받은 공"이란
지난해 10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8회초 1사까지 시카고 컵스는 3―0으로 앞서며 58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8회초 플로리다 말린스의 루이스 카스티요의 파울 볼을 알루가 잡기 직전 3루측 관중이던 바트먼이 손으로 건드리며 귀중한 아웃카운트를 날렸고, 이때부터 무엇에 홀린 듯 컵스는 8점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마지막 7차전마저 지면서 월드시리즈행이 좌절되자 그 볼에 대해 컵스 팬들의 원망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졌고 결국 '저주받은 공'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게 되었다. 문제의 공은 바트먼 뒤에 있던 한 변호사가 주어 보관하다 경매에 내놓았고 데포터가 이를 낙찰 받았으며 컵스의 원한을 풀어준다는 명목으로 이번에 완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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