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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일자리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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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업무보고를 통해 부처별로 일자리 창출 경쟁을 벌여 온 정부가 2008년까지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실업자를 흡수하고도 남을 정부의 일자리 창출의 공허함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을 놓고 숫자놀음은 않겠다"는 새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뒤라 뭔가 다른 것이 있나 싶어 들여다봤다.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평균 6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보고 앞으로 5년간 연평균 5%대의 성장을 이룬다면 매년 30만개씩 5년간 15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와 별도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20만∼30만개, 주5일제 확산으로 20만∼30만명의 추가고용이 생긴다는 계산이었다.■ 정부는 입버릇처럼 일자리 창출을 외쳐 왔지만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8.8%로 2001년 3월 이후 3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도 지난달 12만4,000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82.4%나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0년대만 해도 1%의 경제성장에 6만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었지만 지난해는 3만6,000명으로 낮아져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국민이 다 아는데 왜 정부는 일자리 창출의 숫자놀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 미국에서도 일자리 논란이 일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가 의회에 제출한 대통령 경제보고서는 미국경제가 올해 2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민주당은 물론, 부시 행정부 내에서조차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 전문 연구기관은 실제 일자리 창출은 보고서의 절반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임기 중 일자리 220만개 감소라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대선용 보고서가 오히려 경제정책이 혼란에 빠져 있다는 의혹만 불러일으켜 부시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업의 경영이 잘 되거나 다각화를 하면서 투자를 늘릴 때, 특허나 신기술을 갖고 창업할 때에 비로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기업이 잘 되고, 쉽게 기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숫자놀음을 버리고 기업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도 임금인상 억제, 노사분규 자제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적극 협력한다는 사회협약을 체결해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제부총리만이라도 총선 논리에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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