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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령사회 성공진입 조건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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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인구가 급격히 고령화하여 2019년에 노인인구 14%의 고령사회, 2026년에 20%의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여성 1인당 출산력이 1.17명으로 격감하여 세계 최저 수준이 되었다는 정부 발표는 인구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노인복지 부담이 엄청나겠구나 하는 걱정을 누구나 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출산력 저하는 곧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연령층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 연령층은 2016년 3,638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1980년에는 2,372만 명이었는데, 2050년에는 2,442만 명으로 되돌아간다. 반면 노인층은 1980년에 145만 명(3.8%), 2050년에 1,527만 명(34.4%)이다. 인구 고령화 대책은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은 풍부한 노동력 공급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제 노동력 공급 감소라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이미 고령화를 겪은 모든 나라의 대응책에는 노동력 추가 공급 방안이 들어 있었다. 가장 성공적이라 할 미국은 이민에 의존하고 있으나 다민족 국가가 아닌 나라, 특히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노동력을 공급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물론 출산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출산을 무리하게 늘리다 보면 자칫 여성 인력을 가정에 잠재우게 된다.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방향이 여성, 노인, 장애인의 잠재 노동력을 최대한 발굴해서 활용하는 것인데 출산력 향상과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는 서로 모순되는 상황에 있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으로 현재 가장 널리 논의되는 방식이 보육 서비스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탕에는 양성 평등 문화와 양성의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제도가 있어야 하고 그 위에 건전하고 견고한 가족제도가 구성되어야 한다.

노인 증가는 복지 확충을 필요로 한다. 현재의 복지비용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건강보장이며 팽창세가 계속될 것이다. 2008년부터는 국민연금의 본격적인 수급도 시작된다. 노인과 보육 서비스도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생산가능 연령층이 줄어든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미래의 청·장년층이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은 엄청나다. 따라서 복지비용 효율화라는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고령사회가 시작되는 2020년을 데드라인으로 삼아 보건, 복지, 보육, 교육 등 각종 사회보장 체계의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가장 효과적으로 개편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다. 복지 확충은 단순히 부담 증가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복지 확충은 대규모 인력 소요가 필요하므로 매우 큰 일자리 창출의 경로가 될 수 있다. 보건·복지성 실버산업은 가장 큰 규모의 팽창 산업이 될 것이다. 교육과 보육도 마찬가지이다. 이 분야의 고용 창출은 곧 소득 확대, 소비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장·노년 인력 활용의 기본조건은 이들의 건강상태를 최적 수준으로 유지하고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으로 재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라야 정년 연장이나 임금제도 개선과 같은 제도적 개선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용정책인 동시에 노인복지정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보건과 교육 서비스는 소비가 아닌 투자의 의미를 갖게 된다.

김 용 익 대통령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장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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