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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의 전쟁]부의 상징에서 미련의 상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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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의 전쟁]부의 상징에서 미련의 상징으로

입력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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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좀 나와야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시절이 있었다. 나온 배는 부와 비례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배에 기름기가 끼었다”는 표현은 거칠었지만 걱정없이 호의호식하는 사람을 상징했다. 세계에는 뚱보협회도 있고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살이 약간 찌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어느 종족은 뚱보를 최고 미인으로 친다.그러나 오늘날 배가 나왔다거나 살이 쪘다는 것은 게으름과 질병과 미련함을 대신하는 말로 치부된다. 사실 비만에 대한 이 같은 시대적 표현은 매우 의학적이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우리나라 사람의 비만은 서양사람의 비만과 비교할 때 그래도 좀 나은 편이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미국에서 유학할 때 비만 환자를 진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300파운드(135㎏) 이상이 꽤 많았다. 목소리는 명쾌하고 얼굴은 예쁘고 살이 안 쪘는데 나머지 부분은 말이 아니라서 배는 행주치마를 두른 듯하고 다리 하나가 초등학교 학생 허리 만큼 크고 실한 사람을 드물지 않게 보았다.

때로 이런 환자를 진찰하다 어느 부위가 어느 부위 인지를 잘 구별이 안되기도 했다. 한번은 직장검사를 하다가 환자가 주저 않는 바람에 깔려서 “Help me”를 외친 에피소드도 있다. 어쨌든 서양 비만이든 한국 비만이든 비록 몸무게와 키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비만으로 인한 의학적, 사회적, 정신적, 가족적 괴로움과 불이익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비만이란 흔히 비정상적으로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 현상은 우리 몸에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되어 생긴다. 쉽게 말해 음식물로 섭취된 칼로리가 인체활동에 의해 소비된 칼로리보다 많은 경우 남은 칼로리가 몸속에 지방조직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비만은 소위 ‘5D’를 초래한다. 즉 Disfiqurement(용모손상), Discomfort(불편), Disability(무능), Disease(질병), Death(사망)를 의미한다. 요약하자면 비만은 건강상의 문제, 사회생활의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 나아가 죽음을 가져온다. 의사인 필자와 독자 여러분이 알고 있는 모든 성인병, 예를 들면 중풍, 협심증, 심장마비,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관절염 등의 주범이요 공범이 바로 비만이다.

살과의 전쟁! 참으로 해볼만한 전쟁이다.

/윤방부·연세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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