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결국 지역구 의원 수 등을 놓고 본회의에서 표 대결을 벌이게 된 것은 선거를 앞둔 각 당의 당리당략 때문이다.특히 전남 지역 선거구를 흔들고 싶지 않은 민주당과, 명분을 주장하면서 속으로는 실리를 챙기려는 열린우리당의 첨예한 대립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됐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 증원을 주장해 온 여성·시민단체의 비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27일 본회의 표결에서 야3당안이 통과되면 지역구 수는 현재 227석에서 242석, 전체 의원 수는 288석으로 늘게 된다. 또 15석 증가를 기준으로 선거구획정을 하게 되면 선거구 분구 기준인 인구 상한선은 30만명 선으로 내려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정개특위가 제시한 상한선 31만5,000명을 적용할 경우 분구 대상이었던 21개 외에 서울 노원 을 광주 서 전남 여수 부산 남 경기 안산 을 인천 부평 갑 등 6개의 선거구가 추가로 분구 될 전망이다.
여야의 합의 실패에는 민주당이 지역구 14석 이상 증원안을 끝까지 고집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우리당이 막판에 제안한 안은 지역구 13석, 비례대표 13석 증원안. 우선 민주당이 지역구 1석 차이인데도 합의해 주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전남 지역 선거구 때문이었다. 지역구를 13석만 늘리면 선거구 획정위가 합헌 기준을 맞추는 과정에서 전남 강진·완도(10만5,892명)가 통·폐합 대상이 돼 사라지게 된다. 이는 인접 선거구인 장흥·영암과 해남·진도 등을 다시 떼어 붙여야 하는 등 전남 선거구를 크게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텃밭인 전남의 공천을 다시 해야 하고 해당 지역구 의원간의 이해를 조정해야 하는 등 숱한 짐을 떠안게 돼 '1석의 양보'를 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증원이라는 명분론을 앞에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전남 선거구가 흔들리는 게 자신들의 호남 공략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역시 '1석의 양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호남을 둘러싼 두 당의 교묘한 정치적 이해타산때문에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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