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여파로 여권 권력 구도에 지각 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원내 세력에선 원로·중진 그룹이 몰락하고 소장 개혁그룹이 득세했다. 반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원외 측근 그룹에선 386 실세들이 불명예 퇴진하고 고참들이 맹활약하면서 주도 세대가 역전됐다. 이 같은 권력 지형의 재편은 향후 검찰 수사 결과, 4월 총선 결과 등과 맞물려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노무현 대통령 당선 공신으로, 현 정부 출범 후 당 요직을 장악했던 신주류 중진들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줄줄이 연루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 '탈레반'으로 불렸던 50대 소장 개혁파는 대선자금 정국을 계기로 열린우리당의 당권을 장악했다.
우선 신주류 좌장격인 김원기 최고상임고문과, 김 고문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호웅 의원이 서해종금 및 대우트럼프월드 사건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선 때 노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신계륜 의원도 굿머니 사건으로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대철 이상수 의원과 이재정 전 의원은 이미 구속 기소됐다. 정 의원은 출마까지 포기했다.
이에 비해 소장 개혁파의 대표 주자격인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과 상임중앙위원, 총선기획위원장 등 요직을 각각 맡아 여권 핵심으로의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정동채 이종걸 송영길 임종석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이 친위 그룹으로 가세, 신주류 중진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집권 초 정치권의 세대 및 주류 세력 교체를 주도했던 노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들 역시 불법 대선 자금 유탄에 맞아 주변부로 밀려났다. 기업체들로부터 수십억원을 거둬 구속된 안희정씨는 출마의 꿈을 접었고, 썬앤문그룹에서 1억원을 받아 불구속기소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우리당 공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노 대통령의 시니어 측근으로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됐던 염동연 전 특보는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 우리당 정무조정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강철 전 특보 역시 우리당 TK 공략의 선봉장으로 뛰고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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