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 일본열도 포격 준비 끝!" 팀 내 홍백전 3경기 연속 홈런은 맛뵈기였다.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즈)의 방망이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떨리고 있다. 28일부터 25일 동안 열리는 2004시즌 일본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아시아 홈런킹'이란 명예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무대이자 정규시즌 활약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아직 상대해 보지 못한 빠른 공과 정교한 제구력을 갖춘 각 팀 에이스, 홈런 맞대결을 펼칠 각 팀 거포와의 접전, 주전 1루 경쟁 까지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돔 구장, 언어장벽 등 문화 차이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일단 이승엽이 가고시마 캠프에서 상하로 길어진 스트라이크존과 일본 투수의 변화구에 적응하며 3경기 연속 홈런과 타율 5할(16타수 8안타)의 고감도 타격을 유지한 만큼 승산은 있다. 이승엽은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일본 투수의 구질을 철저하게 분석했기 때문에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도록 선구안에 신경 쓰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위협구를 내세운 일본 투수들의 타자 길들이기는 잘 알려진 사실. 이승엽은 "상대 투수들이 기선을 제압하려고 몸쪽 승부를 많이 해오겠지만 의도적으로 상체를 겨냥하는 것은 선수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분고분 넘어가지 않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후쿠우라 가즈야(29)와 벌일 주전 1루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이승엽은 캠프 동안 팔꿈치, 허리 등 잔부상에 시달려 수비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터라 시범경기를 통해 안정된 플레이로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낙점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후쿠우라의 주전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이승엽의 시범경기 활약 여부에 따라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
'거인'이 지키는 첫 관문부터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승엽은 28일 가고시마 가모이케구장에서 재팬시리즈 통산 20회 우승에 빛나는 일본 최고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격돌한다. 빼어난 포크볼로 무장한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27) 등 수준급 투수들과 '일본 홈런킹(55개)' 터피 로즈(36) 등 거포들이 즐비한 '거인 장벽'을 넘어야 일본에서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29일 후쿠오카돔에서 열리는 다이에전도 빅게임. 일본프로야구의 전설이자 '원조 아시아 홈런왕(55개') 오 사다하루(王貞治)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다이에전은 신·구 아시아 홈런킹 대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승엽의 '천적' 구대성이 뛰는 오릭스전(3월5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완패를 안겼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마운드를 지키는 세이부전(3월13일)도 관심을 끈다.
수많은 전망이 쏟아지지만 궁금한 건 단 한가지. 메이저리그 꿈을 접고 어렵게 일본행을 택한 이승엽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답은 이승엽 본인이 했다. "주어진 타석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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