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의원정수를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27일 이 문제를 놓고 표결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뻔했으나 선거구획정위가 25일 활동을 중단해 버려 이 상황은 피하게 됐다.증원과 동결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숱한 논쟁을 불러 일으킨 의원정수를 놓고 야당은 288명안을, 여당은 273명안을 주장하고 있다. 어느 경우에도 비례대표는 현행대로 46명. 지역구를 15개 늘리느냐가 쟁점일 뿐이다. 여성비례대표 증원 등의 명분을 내세워 299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마지막에 가면 비례대표가 늘어날 여지가 없는 건 아니나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 국회는 정개특위를 네차례나 연장하며 의원정수를 결정하려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옛날대로 299명으로 늘리려다 여론의 호된 비난을 받았고, 여성의 의회진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이유로 여성전용 선거구제를 도입하려다 의원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과옥조로 통해온 정원동결이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이해조정 때문에 슬그머니 무너져 버렸다.
■ 헌법 41조 2항은 의원정수를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정확히 몇 명으로 할지는 법률이 정할 사안이다. 국회가 제 기능만 한다면 의원수를 늘리는 것을 탓할 필요는 없다. 특히 의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정개특위 자문기구인 범정치개혁 협의회는 의원수를 299명으로 늘리자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지역구를 227개에서 199개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46명에서 100명으로 획기적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었다. 비례대표를 지역구의 절반정도로 하는게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비례대표에 여성 몫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자는 설명도 곁들여 졌다.
■ 국회는 지역구를 줄이는데 대해서는 펄쩍 뛴다. 어떻게 해서든지 지역구를 늘려야 선거구 획정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의원수를 동결할 경우에도 지역구는 늘리고 비례대표는 줄이자고 주장한다. 국회가 자기 밥그릇에 연연한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국회가 의원수를 299명으로 한 것은 새 헌법에 따라 1988년 출범한 13대 국회부터. 하지만 비례대표는 계속 줄어들어 왔다. 지역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3대 때 75명 이었으나 14대 때 62명이 됐고, 15대 때는 46명이다. 2000년 선거법개정에서 지역구가 26개 줄었으나 비례대표는 현상을 유지했다. 국회가 비례대표는 묶어 놓고 지역구만 늘리는 결정을 할 경우 쏟아질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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