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3 올라가는 아들의 입이 많이 거칠어졌다. 친구들과 전화를 할 때보면 '박살낸다' '작살낸다'하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인터넷 게임에서 친구를 이겨도 그것은 그냥 이긴 것이 아니라' 아주 박살을 내놓은 것'이라고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말끝마다 박살, 박살하는 것이다.무슨 말을 그렇게 험하게 하느냐고 지적하면 "친구들도 다 그래요"라고 대답한다. 하긴 아이들의 입만 탓할 일도 아니다. 매일매일 신문의 스포츠 면을 살펴보라. 여러 운동경기 소식을 통해 일상의 활력과 기쁨을 전해주는 스포츠면 기사들이 스포츠 용어보다는 거의 전투적 용어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축구든 야구든 농구든 '폭격' '격침' '초토화' '침몰시켜'와 같은 전투용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목으로 뽑아 독자들의 시선을 자극한다. 제목만 본다면 스포츠가 아니라 전쟁 기사들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스스로도 모르게 험한 말들에 길들여져 왔고, 또 중독되어 온 것이다. '어느 팀이 어느 팀을 이겨'와 같은 말은 너무도 심심하여 기사 제목으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언어의 인플레, 혹은 언어의 자극화시대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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