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매가 잘 돼야 시장이 팍팍 살아납니다."25일 오전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강서시장)내 강서청과 경매장. 30여명의 햇병아리 경매상들이 조작기를 들고 첫 실전 경매에 들어갔다. '3만원'을 '30만원'으로 눌러 구경꾼들을 한바탕 웃게 만든 김모(50)씨는 "일주일간 열심히 연습했는데…"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시장 곳곳에 내걸린 '시장 개장 축하' 플래카드와 화환이 개장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가락동시장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 큰 규모로 강서 외발산동에 들어선 농산물도매시장 강서시장이 25일 공식 개장했다. 서울시는 강서시장이 영등포·강서·금천·관악구 등 서울 서남권과 인근 경기 지역 농산물유통 구조에 대변혁을 가져 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인과 시민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진출입로 확보와 영등포시장 상권 흡수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2위 규모, 최첨단 시설 갖춰
1998년 첫 삽을 뜨기 시작, 2,392억원이 들어간 강서시장은 경매장과 중도매인점포, 트럭판매동, 시장도매인점포, 관리동 등으로 이뤄졌다. 이 중 경매장과 트럭판매동 등이 이 날 문을 열었고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인 시장도매인시장은 6월부터 손님을 맞는다.
시장 중앙에 위치한 경매장은 트러스 공법을 이용, 기둥이 없는 돔 모양으로 지어져 내부 공간이 넓고 차량이동이 쉽다. 경매장 주변에는 192개 중도매인 점포가 날개 모양으로 위치해 공항 탑승구를 닮았다. 특히 점포 앞에는 트럭과 같은 높이로 조절할 수 있는 도크(Dock)가 설치돼 농산물을 쉽게 싣고 내릴 수 있다.
이 같은 최첨단 시설의 안주인은 다름아닌 영등포청과물시장 상인들. 영등포시장 도매상 504명이 이번 개장을 위해 이동했고 6월 시장도매인점포 개장에 맞춰 246명이 옮기면 영등포시장 상인 3분의2 이상이 이곳으로 오게 된다.
강서시장은 국내 처음으로 전자시스템에 의한 경매제와 경매절차 없이 생산자나 출하자가 시장도매인에게 판매를 의뢰하면 일정 수수료를 받고 대신 판매해 주는 시장도매인제도 병행한다.
진출입로 확보와 영등포시장 흡수가 과제
그러나 25일 만난 상인들과 시민들의 반응은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시장 주변 도로 사정에 대한 불만이 컸다. 농협공판장 최경화(43·여)씨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길이 너무 좁다고 난리"라며 "본격적으로 손님이 몰려들면 도로가 어찌 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과일소매상 김춘식(46)씨는 "길이 울퉁불퉁해 충격에 약한 과일과 채소를 운반하기가 불안하다"며 "도로 사정이 그나마 좋은 영등포시장으로 갈 생각"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실제로 공항로에서 강서시장으로 들어오는 내발산삼거리는 왕복 2차로에 불과하고 반대쪽 외발산사거리의 경우 서울과 인근 경기지역의 경계선에 있어 시장 개장 이전에도 자주 정체현상을 빚던 곳이다.
상권 형성에 대한 불안도 크다. 영광상회 조영광(43)씨는 "영등포시장 상권이 이쪽으로 흡수되지 않는 한 계속 불안할 것"이라며 "목이 좋은 그 곳에 남겠다는 상인들이 많아 잘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에서 사과를 싣고 온 김진호(65)씨는 "가락동이나 영등포에 비해 거리가 가깝지 않다"며 "빨리 영등포 시장과 합쳐져야 시장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시장 주변 교통처리를 위해 남부순환도로 지하차도와 북쪽우회도로를 건설중이며 각각 10월과 12월에는 개통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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