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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라로 보내는 편지/친구여, 비오는 날이면 더욱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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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라로 보내는 편지/친구여, 비오는 날이면 더욱 그립네

입력
200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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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더욱 자네 생각에 빠지지. 우리가 소년 시절 숱한 날들을 만나 이야기하기를, 우리의 우정은 영원한 것이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했지.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꿈 많은 소년으로 놓아두지 않고 어른으로 만들어 혹독하게도 세파와 싸우게 했지. 서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소원한 적도 있었고. 10년 전 어느 날 비보를 접하고 달려 갔을 때 자네는 영정 속에서 웃고 있을 뿐이었어. 말 한 마디 없이. 진작 자주 만나지 못한 것을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고 당당하던 자네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어. 세상이 우리를 슬프게 해도 우리는 슬퍼하지 말자고 했건만, 그게 한낱 욕심이 되어버린 다음 나는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자네 생각을 하네. 창 밖의 산과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제는 옛날이 되어버린 시간들이 마음 속에 밀물처럼 밀려오고 자네의 환한 미소도 피어 오르네.

그 때 우리는 정말 티없이 맑게 세상을 살아가자고 다짐하면서 이슬 내리는 솔밭에서 밤을 새우곤 했지. 영원히 우정 변치 말자고 별들에게 약속도 했고. 또 비오는 날이면 같이 앉아 창 밖을 응시하면서 세상의 어려움은 생각도 않고 꿈같은 희망만 이야기했지. 희망이 우리를 지탱해 주고 안내해 주리라고 믿고 소년 시절을 살아왔는데, 시간이 우리를 어른으로 만든 다음 세파는 소년의 꿈을 보호하지 않더군.

그래서 더 자네가 그리운지도 모르겠네.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꼭 자네가 내 이름을 부르며 대문 안으로 들어설 것만 같은데 저 아래 골목을 아무리 내려다 보아도 자네 모습은 보이질 않네. 우리는 한 때 장가를 가서도 같이 살자고 했는데 그렇겐 못했어도 비슷하게는 갔어야 하는데 자네 먼저 가 버리니 나 혼자 여간 힘들지 않아.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때 그 시절이 자꾸 그리운데 자네가 없으니 누구와 그 때를 회고할 것인가? 아직 우리는 살아 있고 자네는 저 세상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 가기도 하지만 이젠 나도 준비를 해야 하겠네. 자네를 만나는 날 자네 없던 세상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지금도 저 아랫길을 바라보고 있네. 부디 이 세상에서 다 하지 못한 것들, 저 세상에서 열심히 하기를 기원하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김용균·경기 광주시 퇴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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