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잡아라." 여성 가수들의 일본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재일교포 출신 아유미가 소속된 여성 4인조 그룹 슈가가 2월초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일본 진출의 스타트를 끊은 데 이어 4인조 걸그룹 쥬얼리도 다음달 3일 일본에서 앨범을 발매한다. 지난 해 가장 두각을 보였던 여성 가수 이수영과 빅마마도 각각 4월 소니뮤직 재팬, 5월 언리미티드사와 손잡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이들의 일본 진출은 지난 해부터 꾸준히 준비한 결과. 여기에 보아의 성공이 가속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보아의 성공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신인으로 시작해 일본인의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음악을 연구하고 언어 문제를 극복하고 여기에 일본 현지 기획사와 손을 잡아 성공적인 마케팅을 벌인 덕이다.이들 역시 '제2의 보아'가 되기를 내심 바라겠지만, 그보다는 해외시장에 눈 돌릴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한국시장에 미련이 없다"는 것. 쥬얼리 소속사 관계자는 "여성그룹으로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인기에서나 음반판매 수익 등에 있어 한국에서는 지금까지가 한계라고 본다.
음반시장이 불황이라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보아와 같은 대대적인 성공보다는 틈새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계자들은 불법복제가 성행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유료 음악시장이 탄탄하게 형성된 터라 틈새시장만 공략해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반 한 장 가격이 우리의 약 3배인 터라 "일본에서 10만장만 팔아도 한국에서 30만장을 판 셈"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일본 진출이 여성 가수에 몰려 있는 것도 주류보다는 비주류 음악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쥬얼리는 일본 내에서 록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다 현재 인기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생각.
언리미티드사와 손잡고 빅마마의 일본진출을 추진 중인 양군기획은 한국 힙합을 일본에 전파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양군기획 관계자는 "일본인은 구강구조상 랩이 힘들고 덕분에 힙합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더 발달해 있다. 원타임 등 힙합 그룹을 중심으로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비해 규모도 크고 다양한 음악이 수용되는 일본에서 대안적인 음악환경을 찾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일본으로 건너간 자우림이 그 예. 지난해 12월 일본 5개 도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자우림은 일본에서 공연 위주의 활동을 벌이면서 장기적으로 음악활동을 해 나갈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진출 바람은 시야를 넓히고 선진 음악과 경쟁한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SES 등이 일본 진출을 시도했지만 큰 결과를 낳지 못한 전례도 있다. 또한 우리 가수들이 줄을 이어 중국시장에 진출했으나 현실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한 예도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일본시장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엘도라도'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으면서 "중국진출 때처럼 '너가 가니 나도간다'는 식의 무질서한 모양새가 아닌 철저한 전략과 마케팅 지원 등을 바탕으로 내실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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