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정치권 성형술과 부작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정치권 성형술과 부작용

입력
2004.02.26 00:00
0 0

얼마 전 한 케이블 TV가 성형수술을 사실상 권장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우리 사회의 용모 만능주의 세태에 대한 진단들이 한동안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탓일까. 정치권에서도 각 정당이 얼굴 뜯어고치기에 여념이 없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문제에 봉착하면 바로 '얼굴이 나쁘다'는 판정이 내린다. 수십만 당원이 투표로 선출한 당의 간판이라 할지라도 바로 갈아치워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3당이 1년 가까이 해온 일이 이런 '성형 경쟁'이다.

사실 전당대회를 치를 때마다 각 당의 지지율은 요동을 쳤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취임한 것은 지난해 6월24일이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에게 내주었던 지지율 1위 자리를 곧바로 회복했다. 다음 민주당은 11월 전대에서 더 심한 수술을 해, 아예 얼굴을 바꿔버렸다. 신당파의 타깃이 됐던 인사들은 모두 뒤로 숨었다. 그러나 조순형-추미애 카드의 효력도 열린우리당의 1월 창당대회와 함께 끝났다.

이른바 '전대효과'(Convention Effect)는 선거가 있는 해면 미국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대선의 경우 8%이상의 지지율 상승효과가 있는 게 통례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벤트를 치를 때 마다 선거의 판세를 넘어 구도가 아예 바뀌고 있다. 3당의 전대 효과가 지속된 기간은 어림잡아 한 달 남짓이다. 이 짧은 주기마다 판을 새로 짜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우리 정치에서 하나의 뚜렷한 흐름이다. 2002년 대선 과정이 노풍(노무현)-정풍(정몽준)-단풍(후보단일화)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요동 쳤던 것을 돌이켜 보면, 공통된 추세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어쩌다 판이 이렇게 됐는지 원인이 궁금할 따름이다.

물론 이런 변덕스러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유권자의 지지를 종신(終身)으로 위임 받던 3김정치가 끝나고 처음으로 여론 순응적인 정치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정보화에 따라 하루 24시간, 그리고 임기 내내 지지율을 의식해 야 하는 풍토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당선 다음날로부터 다음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선진국형 '영구(永久)캠페인'시대에 돌입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각 정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이 같은 긍정적인 해석들을 배반한다. 성형수술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조 대표와 추 의원의 갈등이 불붙었다. 체질을 바꾸지 않고, 눈과 코만 고친 데 따른 부조화 증세다. 한나라당 최 대표와, 그가 계획하는 물갈이 작업의 운명에서도 필연성이 느껴진다. 그는 YS 정권 출범 때 대선의 기획을 맡았던 것은 물론, 역정이 5·6공과 박정희 정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도 정치 적으로 책임추궁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칼을 맞을 의원들 가운데 민주화 운동에 참여 했던 인사들도 있는 만큼, 최 대표가 집도하는 수술을 받아들일 리 없다.

열린우리당의 부작용은 아직 잠복해있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역대 최하위이면서, 여당 지지도가 1위를 달리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언제 어떤 증세가 표피로 분출할지 알 수 없다. 내달 중순이면 한나라당이 또 전당대회를 치른다. 겉만 급하게 성형을 하고,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얼른 선거의 피니시 라인을 넘자는 경쟁이다. 최근 선거가 거듭될수록 두드러지는 특징은 너무 가볍게 변한다는 것이다. 그토록 시행착오를 겪었으면서,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가 깃털처럼 경박하다.

유 승 우 정치부 부장대우 sw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