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미하일 카시야노프(사진) 총리 내각을 전격 해산한 데 대해 "대선 이후의 새로운 국가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인맥을 청산하고 자신과 뿌리가 같은 연방보안국(FSB·KGB 후신) 출신의 '실로비키(siloviki)'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카시야노프 전 총리는 옐친의 측근 그룹인 '크렘린 패밀리'의 핵심멤버로, 옐친 전 대통령이 1999년 12월 권력을 푸틴 당시 총리에게 넘기면서 신변보호를 요청한 인사들 중 한 사람이다. 따라서 푸틴 정권 하에서 4년 가까이 총리직을 해온 그의 퇴진은 시간문제였다는 게 크렘린에서 상식처럼 돼 왔다.
지난해 10월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사장 구속을 계기로 정부의 재벌탄압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게 그의 퇴진을 앞당기는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카시야노프와 함께 크렘린 패밀리의 양대 축을 형성했던 알렉산드르 볼로쉰 전 크렘린 행정실장도 지난해 11월 전격 경질됐다.
내각을 해산한 것은 총리를 제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헌법에 따라 후임 총리 후보는 대통령이 내각 해산 후 2주 내 국가두마(하원)에 통보하게 돼 있으나 각료들은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번에 임명되는 후임 총리는 다음달 14일 대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푸틴 대통령의 차기 임기가 마무리되는 2008년 이후 푸틴을 이을 후계자가 될 개연성이 높다.
거론되는 인사로는 푸틴 대통령과 같은 옛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과 강력한 시장경제 옹호론자로 알려진 알렉세이 쿠드린 부총리 겸 재무장관, 푸틴의 고향인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드미트리 코자크 변호사 겸 정치자문관 등이 꼽히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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