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그는 주먹으로 타이틀을 땄지만, 가슴으로 세계를 안은 인간이었다." 1964년 2월25일. 지금부터 정확히 40년 전, 24세 청년 무하마드 알리는 소니 리스톤을 꺾고 신화의 첫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알리는 단지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됐을 뿐 아니라, 40년이 흐른 오늘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알리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성화 점화자로 깜짝 낙점 되었을 정도로 미국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스포츠맨, 아니 세계인의 머리에 가장 위대한 복서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선 알리의 세계 챔프 등극 40주년을 맞아 비즈니스 매니저였으며 알리의 절친한 친구인 진 킬로이가 냉혹한 복서가 아닌 '인간' 알리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털어놓아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킬로이는 1974년, 당시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던 '괴물' 조지 포먼과 싸우기 위해 자이레(현 콩고공화국)로 날아갔던 당시를 회상했다. "비행기 트랩을 내리기 직전 알리는 나에게 '이 나라 사람들이 누구를 제일 싫어하냐'고 물었어요. 그 이유를 알 길 없던 나는 '백인'이라고 답해줬지요. 그러자 알리는 '포먼을 백인이라고 할 순 없지 않느냐'며 채근했어요. 그래서 '그럼, 식민통치를 했던 벨기에 사람들일 것'이라고 말해주었지요."
그러자 알리는 공항에 운집한 수천의 환영인파를 향해 "조지 포먼은 벨기에인!"이라고 외쳤다. 그 순간부터 자이레는 그의 홈 링으로 자리잡았고 그 덕분에 포먼에 대한 무서움을 떨치고 그를 꺾을 수 있었다. 그만큼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고 있었고 또 무엇보다 마음과 마음으로 교감해야 하는 지점을 잘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킬로이는 또 비극적인 이야기도 털어 놓았다. 포먼과 대결을 앞두고 훈련 중이던 어느날 암과 투병중인 한 소년이 모자를 눌러쓰고 아버지와 함께 알리를 찾아왔다. 알리는 소년에게 "너는 암을 물리치고 난 포먼을 물리치자"고 격려했다. 몇 주후 소년의 아버지에게서 연락을 받고서 알리는 직접 병원을 찾았다. 소년의 죽음이 예견된 자리였다. 알리는 소년에게 "하느님을 만나 넌 내 친구라고 말해줄게"라며 용기를 주었으나, 그로부터 불과 3일 뒤 소년은 세상을 떠났다. 알리는 이 같은 훈훈한 뉴스거리를 언론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킬로이는 회상한다. "그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었지만 괜한 호들갑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지요."
지금도 꾸준한 만남을 갖고 있는 킬로이는 알리가 파킨슨씨병으로 고생하고 있긴 해도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한다. 오히려 알리가 너무 많이 여행을 다녀 걱정스럽다고까지 했다. 그가 첫 세계 챔피언에 오른 지 40년, 포먼을 무너뜨린 지 30년이 됐다. 이제 그는 빛 바랜 흑백사진 속에 있지만 많은 팬들에게는 "그와 함께 해서 행복했던 존재"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다.
/주훈기자 nomad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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