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소주 한잔을 하고 자리를 옮기려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맞은편 건물 옥상 전광판을 보니 '웅진 룰루비데' CF 화면이 흘러나왔다. 내가 담당하는 광고라고 자랑하려는 순간, 이 친구가 CM송을 흥얼거렸다. 서른 중반을 넘긴 아저씨가 "닦지 말고 씻으세요∼"라며 CM송을 따라 부르는 게 우스워서 핀잔을 주긴 했지만 광고인으로서 CM송의 효과를 다시 한번 실감한 순간이었다.자기도 모르게 CM송을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빙그레 투게더 아이스크림의 '엄마 아빠도 함께 투게더 ?∼' CM송이나 지금도 가끔 접할수 있는 새우깡의 '손이 가요, 손이 가∼' CM송 등은 짧지않은 우리나라 광고사에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CM송이다. 그만큼 CM송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광고적인 용어로 징글로 불리우는 CM송은 배경음악, 로고송, 광고음악 등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광고의 메시지를 친숙한 멜로디와 함께 소비자 머리 속에 오랫동안 기억시키는 효과가 있다. CM송은 소비자들의 광고 주목도를 높이며 메시지가 음악적인 코드와 함께 전달되어 오랫동안 기억을 하게 도와준다. 이러한 음악적인 코드가 호의적인 태도를 유발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광고를 소비자에게 기억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기제(Creativity Mechanism) 를 광고에 심어야 한다. 날마다 수많은 광고가 쏟아지지만 기억되지 않는 광고가 더 많다. 그것은 소비자의 눈과 귀를 자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델, 비주얼, 카피, 음악, 효과음향등 구성 요소들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광고만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CM송은 가장 중요한 기억장치다. CM송의 매력은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 또는 광고적인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일단 CM송이 소비자의 머리 속에 성공적으로 심어지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제품을 연상하게 된다.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메시지와 브랜드를 기억한다면 그 광고는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웅진 룰루비데'의 CM송도 2년 남짓 3편의 CF를 거치며 일관되게 나가는 바람에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무려 88%가 CM송의 메시지인 '닦지 말고 씻으세요'라는 메시지를 기억한다고 답했다. 기억 극대화와 브랜드의 호감도 증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위해 앞으로도 새로운 CM송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안 승 준 오리콤전략본부 전략4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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