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대출이 제조업보다는 먹고 마시는 숙박 음식점업과 부동산 투기 바람을 탄 부동산 분양사업에 크게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별 대출동향'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제조업 시설자금에 대한 은행대출 잔액은 총 20조300억원으로 2002년말에 비해 2조원(6.1%) 증가에 그쳤다. 기업들의 시설·운영자금을 망라한 제조업 대출총액도 겨우 6조5,800억원(6.5%) 늘어났다.
반면 부동산업자들에 대한 대출은 1년만에 10조3,200억원(58.8%)이나 늘어 제조업 시설자금의 5배가 넘었다. 부동산업 대출은 빌딩 상가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을 시행하는 부동산업자들에게 프로젝트 금융 형식으로 빌려주는 것으로, 지난해 불어 닥친 건축·투기바람에 제조업 대출 보다도 많은 은행돈이 흘러들어간 셈이다.
부동산업 대출이 제조업 시설자금 대출을 웃돈 것은 199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음식점 술집 여관 호텔 같은 숙박·음식점업 대출 역시 1년새 3조5,700억원(31.5%) 증가했고, 도소매업에 대한 은행융자는 7조2,000억원(21.6%)이나 급증했다.
제조업 대출부진은 극심한 불황으로 기업들의 투자수요가 얼어 붙은 탓도 있지만 은행들 역시 먹고 마시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뭉칫돈이 몰리는 사업에만 돈을 집중적으로 빌려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구개발·컨설팅·물류·엔지니어링 같은 '생산적 서비스업'이 아닌 음식·숙박·부동산업 같은 '비생산적 서비스' 부문에만 돈이 몰릴 경우 제조업의 설 땅은 더욱 비좁아지고 서비스업 역시 기형적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될수록 은행대출도 제조업 보다는 서비스업쪽에 집중될 것"이라며 "그렇다해도 은행대출은 제조업의 부가가치와 서비스업도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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