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영상미가 뛰어난 드라마에 대해 시청자들은 종종 "영화 같다"는 표현을 쓴다. 영화적인 화면이나 구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영화처럼 멋지다'는 칭찬이다. 하지만 드라마 연출자에게 이 말은 칭찬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 바탕에 '영화가 더 멋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좋은 영화를 보고 "와! 드라마 같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정말 두 매체 사이에 문화적 우열이 존재하는 걸까. 아니다. 연극이나 소설이 그러하듯이 허구의 이야기를 펼치는 무대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마치 영화를 상위 문화인 것처럼 느끼고 말하는 까닭은 뭘까.'영화 같다'는 표현은 늘 '새롭다'는 느낌을 동반한다. 그만큼 영화가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와 표현 방법을 찾으려 애써왔고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하는 장르로 자리잡은 반면, 드라마는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당연한 결과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이나 제작자들이 신경 쓰는 것이나 한쪽으로만 쏠려 뻔한 드라마가 양산된다. 다른 쪽에도 눈을 돌리는 연출자,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연출자는 어리석거나 너무 앞서가는 인물 혹은 드라마를 모르는 인물로 폄하되는 게 현실이다.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영화가 그러하듯이 방송도 산업이고, 드라마 제작은 상업 활동이다. 따라서 수익을 위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가 그러하듯이 드라마도 문화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문화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집단이 좀더 과감한 투자와 도전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표현에 깔려있는 현실적인 우열의 벽을 좀처럼 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재 규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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