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KAL기 폭파범 김현희(42·왼쪽)씨의 일본어교사 '이은혜'로 알려져 있는 일본인 피랍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27·오른쪽)가 23일 김씨와의 면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일본 외무성에 맡겼다. 일 외무성이 이 서한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1978년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던 다구치(당시 22세)는 한 살배기 아들 이즈카와 세 살된 딸을 홀몸으로 키우다 이들 남매를 탁아소에 맡긴 채 실종됐다. 일본 경찰은 87년 체포된 김씨가 "북한에서 2년간 침식을 함께 하며 일본어를 배웠다"며 밝힌 일본어 교사 '이은혜'가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다구치인 것으로 여겨왔다.
이즈카는 외무성에 낸 편지에서 "어머니와 연결된 것을 단 하나라도 알고 싶다"며 김씨와의 면회를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즈카는 "여태껏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앞으로 '납치피해자 가족회'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다구치의 오빠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65·가족회 부대표) 부부에게 입양돼 자란 그는 21세 되던 해에야 처음 자신의 입양과 어머니의 납북 사실을 알았다. 한때 다구치가 다른 일본인 납치사건에 가담한 것처럼 잘못 보도되기도 해 양부모는 이즈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 때 북한측은 '8명 사망, 5명 생존, 1명 미확인'이라고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하는 가운데 "다구치는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나 이은혜라는 인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김현희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북한측은 또 "무덤은 저수지 제방이 쓸려 내려가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즈카는 북측 주장을 믿지 않는 듯 이날 회견에서 "어머니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시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라며 어머니의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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