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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행시대 개막-금융지진이 시작된다/<中>"빅4" 은행장들이 말하는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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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행시대 개막-금융지진이 시작된다/<中>"빅4" 은행장들이 말하는 대책

입력
200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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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펀드들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때마다 "선진 금융 기법이 몰려 온다"고 여론이 법석을 떨었지만 정작 시중은행장들은 무덤덤했다. 펀드의 속성과 한계를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경쟁해 온 시중은행장들에게 '세계 금융 제국' 씨티의 상륙은 위협이고, 또 충격이다. "씨티는 소매 금융에 강점이 있어 거액 거래선에서 위협을 받을 것이다."(김정태 국민은행장) "'돈 되는 고객'은 모두 씨티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이덕훈 우리은행장) "씨티는 이익이 나는 분야를 집중 공략할 것이다."(김승유 하나은행장)그렇다고 씨티의 공습에 무방비로 당할 수는 없다. 은행이 '준(準) 기간 산업'이라는 국수주의적 발상이 아니더라도, 외환 위기 이후 가까스로 정상화에 접어든 국내 은행들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밀리면 고객들의 탈 국내 은행 엑서더스가 불 본 듯하다. 위협적임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은행장들이 "수년간 국내 은행도 수익 구조를 중요시하는 시스템을 상당히 갖춘 만큼 이제는 한번 경쟁해 볼 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씨티가 의외로 한국적인 금융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상당 기간 고전을 할 수도 있다"며 "한국적인 고객 특성을 잘 활용해 창구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자본의 국경 이동 장벽이 무너진 마당에 외국 정통금융기관의 국내 상륙은 충분히 예고된 것이다. 단지 시기가 문제였다. 어차피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면 오히려 지금이 최적의 시점일 수도 있다. 금융 당국 고위 인사는 "외환 위기 직후 선진 은행이 국내에 들어 왔다면 국내 은행은 초토화했을 수 있다"며 "4∼5년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체질 개선을 한 지금 씨티가 상륙한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은행들의 해법은 정면 돌파다. 지금까지처럼 적당히 뒤쫓아 가기만 해도 2∼3등은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부연구위원은 "정부와의 주고 받기 식 은행 보호 울타리에 안주하거나 선두 은행의 전략을 무조건 따라 가는 방식으로는 장기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자신들의 장점을 찾아내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영업 전략도 절실하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은행팀장은 "최근 신상품에 대해 일정 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했음에도 은행들의 신상품 개발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며 "우량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상품 개발 및 서비스 제공 노력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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