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그룹 회장과 최태원 SK(주) 회장,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 오너 일가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이사직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SK텔레콤은 24일 "최 회장과 최 회장의 고종 사촌 형인 표 사장, 손 회장이 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그러나 일부 이사들이 경영권 공백 등을 이유로 반대, 이날 결론을 내지 못하고 3월12일 주총 이전에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23·24일 이틀 동안 이사회를 열고 참여연대가 주주제안한 손길승·최태원 회장의 동반 퇴진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표 사장의 이사직 사퇴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비자금 파문 등으로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고 독립·투명경영 보장 등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손 회장과 오너 일가가 동반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다음달 주총에서 새 이사진이 구성되는대로 전문경영인 영입 문제 등을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멤버가 아닌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과 오너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은 22일 손 회장과 SK(주) 황두열 부회장, 김창근 사장을 이사로 재선임하지 않기로 한 SK(주) 이사회 결의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향후 SK그룹 지배구조의 일대변혁을 예고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친정 체제를 갖추기 위해 동반 사퇴를 유도한 것"이라며 "최 회장측이 전문경영인 인선 작업을 마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도 최 회장이 SK텔레콤 최대주주(지분율 21.47%)인 SK(주)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손 회장과 오너 일가의 동반 퇴진에 따른 경영권 공백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부 사외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는 주주 이익 보호가 최대 임무인데 경영권 공백에 따른 혼란을 방관할 수 없고 후임 인선도 차분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오너와 주주들의 가교역을 맡아온 표 사장의 사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최종현 회장의 외조카인 표 사장은 미국 보스톤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전문경영인으로 2000년 12월 사장에 취임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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