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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혁의 수능보감]예습과 "선행"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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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혁의 수능보감]예습과 "선행"의 차이

입력
200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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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습이 따로 필요하나요. 학원에서 먼저 배우는 게 예습이지." 예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즉각 튀어나오는 학생들의 반응이다. 학원 과외를 통해 선행학습을 했는데 예습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실제 학교진도보다 앞선 선행학습이 자리잡다 보니 예습의 자리를 선행학습이 대체한 느낌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예습과 선행학습은 전혀 다르다. 선행학습은 학습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주범이지만 예습은 학습효율을 극대화하는 비법이다. 학습의 주체부터 다르다. 예습은 주체적 학습의 출발점인 반면 선행학습은 수동적인 학습으로 몰아가기 십상이다.

선행학습은 강의형식으로 '들어서' 접근하도록 유도하고 계속되는 반복학습의 굴레에 빠지게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작 시험을 보게 될 학습주체인 학생을 팔짱 낀 구경꾼으로 몰아가는 데 있다. 학교보다 앞서 배우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음에 기회가 있다는 느슨한 마음자세가 효율을 떨어뜨린다.

수험생의 학습은 텍스트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 모르는 것을 구분해 내는 데 성패가 달려있다. 시험공부의 '80대 20 법칙'은 아는 것 80보다는 모르는 것 20에서 승부가 가름 난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 20에서 변별력이 발휘되고 학교와 학과, 서열이 결정된다. 결국 시험공부는 모르는 20을 골라내 줄이려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선행학습은 수동적 자세, 느슨한 마음가짐을 기반으로 아는 것 모르는 것이 한 덩어리가 돼 반복학습을 해나감으로써 수험공부의 효율을 형편없이 떨어뜨린다.

예습은 수업을 주체적으로 장악해 나가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미리 학습내용을 파악하고 아는 것 모르는 것을 구분해두는 상태, 그래서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에 육박하는 학교수업을 100% 장악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예습은 수능에 가장 적합한 공부방법이기도 하다. 수능의 특성 중 하나는 낯섬과 생소함이다. 낯설고 새로운 유형의 문제, 처음 보는 지문이 대부분이다. 예습은 나 혼자 낯설고 어려운 개념을 이해해나가는 주체적 작업이다. 한마디로 배우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맨땅에 헤딩하기' 인 셈이다. 예습은 낯선 지문과 새로운 유형에 감정의 동요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 발표 이후 관심이 높아진 교육방송(EBS) 강의에도 예습은 필수적이다. 방송 강의는 그 특성상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 질문을 할 수도 없다. 강의를 충분히 이해하려면 예습을 하고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황&리 한의원장 겸 수험생 컨설턴트

hwangn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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