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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1년과 문화·언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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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1년과 문화·언론 정책

입력
200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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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분야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변화는 진보 진영의 제도권 대거 진입이었다. 이같은 지형 변화 때문에 문화정책의 대전환도 기대됐지만, 문화 분야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처지는 한계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1년간 사회 전반에서 일어난 이른바 '권력 이동'은 문화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보·혁 갈등 양상까지 빚었다. 파격적으로 평가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선임에서 이같은 변화는 예견됐다. 문예진흥원 등 10여 곳의 문화부 산하기관 및 단체장 자리에 진보적 또는 개혁적 성향의 인사들이 기용됐다. 이에 대해 이전까지 정책적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아온 기성 보수 진영은 '코드 인사'라며 반발했고, 문화계는 한동안 내홍을 겪어야 했다. 새로운 얼굴들이 기성체제 속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문화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코드 인사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문화부도 지금까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문화정책을 내놓지 않아, 정책적 평가도 유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실련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부처 정책 평가에서 문화부는 스크린쿼터 및 일본 대중문화 개방 대책, 문예진흥기금 운용 개선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21개 정부 부처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문예진흥원을 민간 자율기구인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하고 정부 간섭 없이 문예진흥기금을 운용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추진은 새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골격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류 열풍과 함께 게임, 콘텐츠 분야 등 문화산업이 지난해 평균 21% 성장한 것도 문화부가 꼽는 가시적 성과다.

노무현 정부는 새 문화정책의 기조로 최근 시안 형태로나마 중장기 '새예술정책'과 '문화비전21'을 발표했다. 문화산업 세계 5대 강국 진입 및 사회적으로 문화를 향유할 권리의 확보, 지역 문화거점도시 육성 등을 골간으로 한 이 계획은 그러나 예산 확보 등의 걸림돌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서 패러다임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정책 기조에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문화연대 이원재 정책실장은 "다양한 문화적 가치 인정을 위해 문화 개방이 필요하지만, 대중문화의 한류 열풍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 교류는 우리 문화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라며 "여전히 문화는 국가정책 전반에 있어서 경제 논리에 치이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언론분야

"돈키호테식 정책만 쏟아낸 실패의 연속이었다."(김우룡 한국외대 교수) "언론정책이라 할 것도 없었으니 실패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무색하다."(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지난 18일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참여정부 1년의 언론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참석자들은 정치적 견해에 따라 공격 대상과 그 근거, 앞날에 대한 주문이 달랐지만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이 '총체적 실패'라는 평가에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노 대통령이 당선 이후 내놓은 첫 언론정책은 청와대 기자실을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모든 언론에 전면 개방한 것. 이어 전 정부 부처에서 대변인 브리핑제를 도입하면서 업무공간 방문취재를 제한했고, 가판신문 구독 금지, 부정적 보도에 대해 소송도 불사하는 강력한 대응 등 파격적인 언론대책이 쏟아졌다. 이런 일련의 조치가 청와대의 주장처럼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브리핑 제도는 '데프콘 파동'으로 인한 송경희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질에서 드러나듯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고, 언론의 정당한 비판에까지 칼날을 세우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대응도 나오면서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새로이 구축하기는커녕 '불필요한 적대관계'로 치닫고 말았다.

특히 공격성을 띤 언론대책이 신문에 집중되면서 다소 호의적인 대접을 받은 방송사들과 일부 보수언론의 물고 뜯는 싸움이 벌어졌고, 급기야 한나라당이 방송개혁을 빌미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해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이 와중에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등 시급히 매듭지어야 할 방송 현안들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언론 공격을 자제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조중동' 구도의 탈피를 꾀하는 중앙일보의 홍석현 회장과 전격 대담하면서 홍 회장에게 검문과 비표 부착을 생략하는 '국빈급' 예우를 함으로써 보수·진보 양 세력으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또 일선에서는 기자 전화 도청, 국정홍보처의 언론재단·아리랑TV 직접관리 추진 등 시대착오적 행태로 여전히 빈곤한 언론정책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참여정부가 과거 정부와 차별화한 언론정책의 명분으로 삼아온 '건강한 긴장관계' 구축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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