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1년간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굳이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이나 인기도 추락 등 각종 지표를 거론하기에 앞서, 본인 스스로 제기한 재신임 문제마저도 해결되지 않았다. 1년이 10년 같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지 오래다. 노 대통령은 24일의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노무현이 사고를 낼 것이라고 조마조마하게 쳐다봤지만 큰 사고 안 냈다"고 취임 1년을 자평했지만 한가롭게만 들린다.바닥을 헤매고 있는 민생,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는 정치권의 혼돈, 좀처럼 가닥을 잡지 못하는 대외정책 노선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돌아가는 게 없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은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새 질서를 향한 과도기 진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정견한 개혁 추진이 얼마나 국민을 분열시켰고, 주요 정책의 시행착오가 어떠한 국정난맥을 가져왔는지 묻고 싶다. 오죽하면 지난 1년을 압축시킨 단어가 우왕좌왕이 돼야만 했을까. 이 과정에서 지불한 기회비용은 계량하기조차 힘들다. 국민들은 지쳐 있으며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방송토론회에서 "역동성과 변화의 가능성에 투자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안정에 바탕을 둔 변화와 개혁이라면 국민이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우선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 주는 일이다. 국민의 불안감을 이용해 지지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이는 대국민 협박이다.
대통령 주변은 무엇이 나라 형편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를 겸허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자성과 새로운 각오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국민을 더 이상 불안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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