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치러진 이란 총선에서 다시 의회를 장악한 보수파는 대외정책에서 보다 강경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파 중에서도 급진적 반미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등장했고, 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지식인도 3명이 새로 의회에 진출했다. 이들 중에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했던 공학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국제적 논란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의회 입성은 전면적인 핵사찰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와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핵 관련 인사들이 당선된 것은 보수파 진영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며 "핵 문제에 대해 미국 등 서방세계에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백악관의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핵 문제에서부터 이란 정부의 강경해진 보수 노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무부도 "이란 선거과정은 국제규범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핵 문제는 최근 들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 과학자 등을 영입한 '이슬람 이란 개발당'은 보수파의 핵심으로, 하메네이의 입김이 가장 강한 세력 중 하나이다.
골라말리 하다다델 개발당 지도자는 개표 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핵 전문가들을 활용할 것"이라며 "핵 개발을 포함한 대외정책에서 보다 책임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서부 도시 마샤드에서 당선된 모하마드 레자 파케르와 수도 테헤란에서 최다득표로 당선된 골람 알리 하다드 아델도 관심을 끄는 보수파 인사들이다. 파케르는 이란 정가에서 유명한 극렬 반미주의자로, 4년 전 개혁파 바람에 밀려 낙선했다 이번에 재기했다.
하메네이의 측근으로 알려진 하다드 아델은 이슬람 통치체제를 신봉하는 보수파 핵심으로 꼽힌다. 합리적인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벌써부터 개발당 차기 지도자와 의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패배자는 미국과 시온주의자, 이란의 적들"이라는 하메네이의 발언이 시사하듯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의회를 중심으로 한 개혁파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개혁파의 수장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행보는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관심거리다.
22일까지 개표결과 전체 투표율은 4년 전의 67.35%보다 크게 낮아진 50.57%로 집계됐으며, 당선자가 가려진 의석 194개 중 보수파가 120석, 개혁파 40여석, 무소속 후보가 30여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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