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시한 불법 대선자금 수사 종결 시한을 2주일 정도 앞두고 검찰 수사가 핵심 기업들의 비협조로 막바지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당초 내달 6일까지 대선자금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랬던 검찰이 최근 "기업수사는 정치인 수사와 분리해 총선 이후까지 계속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와 함께 부영 이중근 회장 등 개별 기업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도 바꿔 기업인 처벌은 기업 수사가 마무리된 뒤 일괄적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검찰의 노선 수정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이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 지연임을 검찰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이 끝나야 기업 수사가 끝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이 때문에 지난달 28일 출국한 삼성 이학수 부회장이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내 위상과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삼성으로서는 막판까지 숙고와 검토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김인주 사장이 출두해 조사를 받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검찰 출두는 이건희 회장 조사 문제와 직접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수사협조 및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진행돼 온 삼성과 검찰간 '물밑 대화'가 결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현실적 비중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검찰의 처지지만 요구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초과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에 제공한 370억원 이외의 또 다른 비자금 및 기업비리 포착설 등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여전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불법 자금 유용 정치인 소환 조사는 다음달 초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구 조사'를 어디까지 진행할 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남아있다.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지구당에 불법 대선자금을 내려보낸 것은 공지의 사실이고 따라서 이 돈의 용처를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 지구당에 대한 출구 조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공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자인 모 지구당 위원장의 대선 지원금 유용 혐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