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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미국 1년/<중> 주한미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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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미국 1년/<중> 주한미군의 미래

입력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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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으로 한미동맹은 50돌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양국간 군사동맹은 극심한 피로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측에서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그리고 미국 측에서는 한국의 '배은망덕'에 대한 섭섭함이 쌓였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한미동맹의 전략적 의미가 상당히 퇴색되고 말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번 여론조사는 노무현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의 피로도(疲勞度)를 가늠해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여러 가지 점에서 한국 국민의 미국에 대한 여론이 가장 악화했을 때는 2002년 12월 무렵이었다. 이 무렵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은 즉각 철수 6.3%, 단계적 철수 44.6%, 상당기간 주둔 21%, 계속 주둔 27% 등으로 철수(50.9%)가 주둔(48%) 보다 높게 나왔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촛불시위가 극에 달했고, 그에 비례해서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노무현 후보가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점이었던 만큼 이런 수치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계속 주둔 34.3%, 상당기간 주둔 27.1%, 단계적 철수 33.1%, 즉각 철수 3.8%로 주둔 (61.4%)이 철수(36.9%)를 크게 앞지르는 역전현상을 보였다. 지난 1년 간 국민의 대미인식이 보수화하는 것과 발맞춰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국민들의 답변이 흥미로웠다. 미국의 필요 때문(31.3%)이라는 답변과 한국의 반미감정 때문(31.2%)이라는 대답이 거의 같았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주한미군 재배치 작업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적 필요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반미감정이 미국의 시간표를 앞당겼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들이 주한미군 문제의 다면적인 측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질문에서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들은 '미국의 필요 때문'이라고 답변한 사람(35.6%)이 많았고,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한국의 반미감정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34.0%)이 상대적으로 다수였다. 한편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위해서 라는 답변도 14.4%가 나왔는데, 여기에는 권영길 후보 지지자들이 22.6%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국민 다수는 주한미군 재배치가 한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별 영향이 없다(42.7%)와 한국 안보에 크고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31.8%)를 합하면 무려 74.5%의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해 별로 우려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북핵 문제의 해결전망에 대해서도 54.9%의 국민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는데, 두 가지 모두 만성화된 안보 위기 속에서 단련된 국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주한미군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피로도는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이것을 역전시킬 수 있는 복병이 숨어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문제에 대해 52.4%가 전면 개정을, 그리고 35.1%가 부분 개정을 원하고 있었다. 반미감정이 언제든지 발화될 수 있는 휘발성이 높은 상태라는 뜻으로, 정부의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김 일 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중적 태도

노무현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은 우리 국민은 주한미군에 대해 이중적이고, 무척 모순된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성균관대 김일영·고려대 이내영·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 팀과 함께 지난 16일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주한미군 주둔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60%를 넘어섰다. 반면 미국이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문제에 대해서는 전체국민의 4분의 3이 넘는 87.5%가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되더라도 70%이상의 응답자가 별 영향이 없거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모순은 한미동맹 일변도의 안보관이 반미감정의 역풍을 겪은 뒤, 조정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핵 위기를 겪으면서 미군에 대한 이미지가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이중적 입장은 노·청을 가리지 않았다. 미군의 재배치 이유에 대해 20대의 경우 군사전략적 필요(33.6%)와 반미감정에 대한 대응(35%) 답변이 비슷했고, 60세 이상에서도 각각 24%와 24.4%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미군 재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50대 가운데 위협 요인으로 보는 응답자가 21.1%인 데 비해 별 영향이 없거나(34.1%) 도움이 된다(37.7%)는 답변이 월등히 많았다. 이회창 후보 지지자 역시 위협이 된다는 답변(26.1%)에 비해 별 영향이 없다는 응답이 34.1%,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32.7%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보수층 마저도 주한미군 재배치와 한국 안보문제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韓美, 주한미군 신경전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연례안보협의회(SCM). 회담에 참석한 미국의 고위관계자는 "자주국방은 이상론이다. 미국도 자주국방을 못하는데…"라고 중얼거렸다. 당시 국내에서 확산되던 자주국방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우리 군은 부랴부랴 책자를 발간,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상호보완 관계"라며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는 이처럼 한미 군사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출범했다. 당선직후 "사진찍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등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의구심을 최고조에 달하게 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1월17일자 칼럼을 통해 "3만7,000명의 주한미군이 한국의 배은망덕한 자들에게 지하철에서 뺨을 맞는데, 우리가 연간 3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은 2월초 워싱턴을 방문한 정대철 의원 등 당선자 특사단에 대해 "한국정부가 필요 없다고 하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직접 불만을 내비쳤다. 당시 특사단은 엄청난 파장을 우려해 럼스펠드의 이 발언을 공개치 않았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대통령선거 직전인 2002년 12월초 워싱턴에서 열린 34차 SCM에서 이미 거론됐으며, 어차피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2003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논의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감정적인 요인 때문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으로 감정의 골은 메워지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재배치는 사실상 결론이 난 상태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마저 논의 테이블에 올려졌다. 지난해 양국 군사관계는 우발적, 그리고 필연적 이유로 큰 전환점을 돌았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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