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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영화 중흥기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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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영화 중흥기의 명암

입력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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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예고된 현상이긴 하지만, 바야흐로 한국영화가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실미도'가 최초로 꿈의 기록인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 앞에는 '살인의 추억'이 있었다. 근래 할리우드 영화의 부진이 한국영화의 흥행성공을 가져온 것만은 아니다. 흥행실적과는 별개로, 이 영화들이 우리의 비극적 현대사에 대해 투철한 반성과 진지한 자기성찰을 하고 있고,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보다 희망적이다.대작이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만도 아니다. '원조교제' 문제를 다룬 '사마리아'는 최근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코믹 갱 영화 '목포는 항구다'는 일본 유바리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많은 물량을 쏟아 부은 대작이 있는 반면에 저예산 영화도 꽃을 피우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근래 한국영화의 역동성과 소재적 다양성은 이 중흥기가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말해 준다.

흥행성공의 그늘도 있다. 대작들이 복합상영관의 스크린을 독점해 작은 영화는 설 자리를 잃었다. 현재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국 1,270여 스크린 중 460개에서 상영되고 있다.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을 때 모두 반가워했듯이 실험성 강한 수상작에 대해 국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짐으로써, 영화인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관객의 몫이다.

중흥기를 정착시키려면 영화의 주제와 소재를 확장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근래 흥행작 대부분이 대작 액션물이었다는 점은 성취이자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과거 '서편제'처럼 예산규모와 상관없이 완성도와 소재상 다양한 취향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해외판매에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집안잔치로 끝날 뿐 모처럼의 르네상스적 분위기도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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