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23일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의 국가안전기획부 예산 유용 사건인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과 관련, "자금은 안기부 예산이 분명하며,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직접 만나 건네줬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직접 받았다는 강삼재 의원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김 전 차장은 이날 안풍사건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7부(노영보 부장판사)에 제출한 A4 용지 7장짜리 자필 진술서에서 "96년 당시 시내 호텔 3곳에서 강 의원을 직접 만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안기부 지출관을 통해 1억원짜리 수표로 자금을 마련한 뒤 강 의원에게 사전 연락해 전달했다"며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은 강 의원과 나만 알고 있으며, 김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김 전 차장은 안기부 자금을 신한국당에 전달한 경위에 대해 함구해 오다 지난 6일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강 의원의 '폭탄 발언'에 맞서 "다음 공판까지 자세한 진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의 변호인인 정인봉 변호사는 "김 전 차장은 지난해 9월 안풍사건 1심 판결 후 구치소에서 접견했을 때 '강 의원은 억울하다. 강 의원에게 직접 자금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검찰은 김 전 차장이 종전 주장을 되풀이함에 따라 27일 재판 이전에 김 전 차장을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강 의원과 김 전 차장은 15대 총선 당시 1,197억원의 안기부 예산을 신한국당에 불법 지원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 징역 5년에 추징금 125억원을 선고받았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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