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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가피한 금융시장의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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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가피한 금융시장의 빅뱅

입력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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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는 국내 금융시장의 빅뱅을 예고하는 대사건이다. 씨티그룹은 단일 외국인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3조여원을 투입해 한미은행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전 세계 100여개국 3,400여개의 지점망에 2억여 고객을 보유한 세계 최대 복합금융서비스 그룹인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는 지금껏 우리 금융시장이 겪어보지 못한 대변혁을 몰고 올 것이 확실하다.일반 투자자본에 의한 국내 금융기관 지배·인수는 있었지만 본격 금융자본에 의한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씨티그룹이 전략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곳으로, 한미은행과 씨티그룹은 이번 통합을 통해 세계적인 역량을 지닌 선도적인 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인수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전 금융계가 긴장하며 주목하는 것은 인수자가 바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금융그룹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으로는 최초로 1967년 한국에 상륙,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뱅킹 등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씨티은행이 222개의 전국 지점망을 갖춘 한미은행과 결합할 경우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은 자명하다. 씨티은행의 선진 금융노하우는 금융고객의 대이동을 부채질할 것이고 국내 은행들은 살아남기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덩치만 키웠지 내실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은행들에겐 커다란 자극제가 되어 경쟁력을 키우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응에 실패할 경우 외국 금융기관에 인수·합병되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도 종전과 같을 수 없게 됐다. 최근 LG카드 수습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정부 주도의 관치금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금융기관, 감독기관 모두 고강도의 획기적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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