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관계없이 날씨가 더우면 사람들은 웃옷을 벗는다. 2월에 반팔 차림이다. 물론 그 옆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다. 아무리 날씨가 따뜻해도 아직은 여섯 장짜리 달력의 첫 장도 넘기지 않은 2월이기 때문이다.그 2월 셋째 주말에 길 위에서 색다른 날씨 경험을 했다. 정년퇴임을 하시는 초등학교 때 은사님을 뵈러 갔다가 강릉에서 활짝 핀 매화를 보았다. 어느 음식점의 후원이었는데, 나로서는 새해 첫 꽃이었다. 또 바닷가에 나가서는 반팔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을 보았다. 서울에도 그날 반팔셔츠를 입고 다닌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봄보다 여름이 먼저 오나 싶었다.
그러나 웬 걸 다음날 서울로 올라오는 길, 대관령에는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3월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의 꽃소식이 들려오듯 내 고향 대관령엔 봄눈이 내린다. 더러는 4월에 내리는 늦눈도 있다.
제법 발넓은 사람처럼 우리 국토가 좁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이 땅 위에 하루 사이에도 두 계절, 세 계절이 함께 간다. 꽃과 눈이 우리 봄날 사이로 함께 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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