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보러 왔다가 초상 보는 격이라고 할까. 최근 환경부 장·차관 인사를 놓고 세간에서 하는 말이다.지난 주 단행된 장관 인사에 대한 반응을 들어보면 "이런 인사를 왜 진작 안 했을까" 싶다. 기술고시 출신 1호, 환경부 내부 승진 1호, 건설교통부 출신 1호 등 곽결호 신임 장관의 갖가지 기록 때문에 환경부 내부는 물론이고, 그 동안 장관 인사와 환경 행정에 불만이 가득했던 환경단체들까지 기대와 환영 일색이었다. 주로 정치적 안배로 임명됐던 환경정책 수장에 '물 전문가'로 통하는,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관료가 기용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잔칫집 분위기는 며칠 만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선숙 전 청와대 공보수석이 차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공무원들과 환경단체들은 치던 박수를 서둘러 접고 있다. 환경부에서 정치권으로 간 2명의 전직 여성 장관이 추천하고, 정치권에서 조율했다는 취지는 "환경행정은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한데, 공보와 국정 경험이 풍부한 박 전 수석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행정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까. 사실 환경 차관이라는 자리는 장관보다 실무에 더 밝아야 한다. 개발 부처인 건교부나 산업자원부를 카운터파트로 논리적으로 싸워 이겨야 하고,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극심한 갈등의 현장에서 주민들의 거친 손을 잡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어려운 환경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환경 행정에 문외한인 박 전 수석이 통할까. 박 전 수석의 능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혹여 DJ표를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김호섭 사회1부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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