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김호곤호'가 오만이 아닌 '자만'에 졌다.21일 열린 한일전 릴레이매치에서 형들은 울었지만, 아우들은 웃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2로 완패,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19세이하 청소년대표팀은 박주영(19)의 결승골로 일본을 1―0으로 꺾어 한국축구의 체면을 살렸다.
김호곤호의 이날 패배는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프로팀들의 해외전지 훈련으로 기형적인 소집훈련을 해야 했고, 결국 체력열세는 물론 모든 선수가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일본전에서 드러난 김호곤호의 문제점은 그 동안 수없이 지적했던 '확실한 킬러 부재'가 아니라 '조직력 실종'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해 일본전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냈던 미드필드진이 경기를 조율하지 못한 채 패스미스를 남발하며 주도권을 내줬고, 이 때문에 결국 전체적인 경기흐름이 일본에 끌려가는 형국이 됐다. 또 전통적으로 올림픽팀은 중앙스트라이커보다 측면의 좌(최)성국(울산)―우(최)태욱(인천)이 킬러 역할을 맡아왔는데 위협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속한 A조가 중국 이란 말레이시아 등 강호들이 포함돼 있어 올림픽 티켓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김 감독은 "중국의 전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남은 시간이 열흘 정도밖에 없지만 조직력을 다시 갖추는 데 최대한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 모로코 자메이카를 잇달아 완파,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보라 밀루티노비치 전 대표팀감독이 '매우 인상적인 팀'으로 극찬할 만큼 전력이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서는 주축 선수들의 실전 감각 회복이 급선무인 것으로 판단, 23일부터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몇 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감각을 되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김감독은 박지성(아인트호벤)과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의 차출을 요구해 놓은 상태지만 올림픽예선은 FIFA가 인정하는 A매치가 아니기 때문에 합류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호곤호는 3월3일 서울에서 중국과 2004아테네올림픽 최종예선 1차전을 갖는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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