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당대회 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아침까지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주저했다는 후문이다. 최 대표 주변을 맴돈 기류는 분명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홍사덕 총무 등 당3역이 자택 근처에서 "백의종군이 불가피하다"는 최후통첩을 건넨 뒤에도, 한참을 더 망설였다고 한다. 그만큼 대표직에 대한 미련이 강했다고도 볼 수 있다.그가 내놓은 '선 수습 후 사퇴' 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과정 때문에 도 의심을 풀지 못한다. 여기에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등 최 대표의 당당한 말투도 '항복 선언'과는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밑에 뭔가 복선과 자락이 잔뜩 깔려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총선 이후 권토중래를 노리려 한다"거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시간 벌기용" 등 의심에 찬 해석들이 쏟아졌다.
물론 최 대표측은 "여러 말이 필요 없는 백의종군 선언"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한 측근은 현실론을 들었다. 이제 정면돌파로 쿠데타를 진압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원내·외 위원장을 통틀어 우리편이 70명이 안 되더라"면서 "당이 어떻게 되더라도 옥쇄(玉碎)하는 방안도 생각해봤지만 결국 깨끗이 손을 드는 것으로 결론을 봤다"고 토로했다.
최 대표는 이번 내홍의 본질을 처음부터 당권 경쟁으로 본 듯하다. 23만 당원에 의해 지난해 6월 대표로 선출됐지만 그는 세력 없는 소수였다. 서서히 당을 장악해가는 과정에서 당내 지분을 가진 기득권 세력과 갈등이 불거졌고, 물갈이 공천을 추진하다 결정적으로 코너로 몰렸다는 게 최 대표의 상황 인식이다. 그래서 4일간의 잠행을 통해 당내 제세력과의 마지막 타협을 벌였지만 결국 실패, '완전한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당과 나라를 위해 스스로 결단을 내린 모양새를 갖추고 패장으로서 마지막 자존심만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전당대회 때까지는 대표직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과도 체제를 말하나.
"부연 할 내용 없다. 최근 벌어지는 일에 대한 해결책으로 얘기하는 것 아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지지를 다시 모아 책임지는 보수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내 나름의 관심을 모아 내린 결론이다."
―대표 권한으로 전대를 소집하는 데 대해 각 정파가 지지할까.
"이것은 23만 당원이 선출한 당 대표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이다. 당내 요구에 의해 제시하는 것 아니다. 더 이상 타협과 양보 있을 수 없는 당 대표로서의 확고한 마지막 원칙이다."
―전당대회의 구체적 시기는?
"곧바로 전대 소집 준비 시작할 것이다. 전대는 다 함께 참여하는 '뉴 한나라당' 만들기가 돼야 하므로 공천이 완료된 이후에 하는 것이 순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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