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25일 첫 돌을 맞는다. 금년 초 대학교수 등 국내 지식인들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모습을 한마디로 축약해'우왕좌왕'으로 표현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 작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조금 긴 눈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하다.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 작업을 켜켜이 쌓여 있던 잘못된 관습을 뛰어 넘는다는 뜻에서 '파격'으로, 범상치 않다는 의미에서 '충격'으로 보면 어떨까. 사실 제왕적인 대통령의 모습은 사라졌다. 부정과 연관되어 국회의원들과 대통령 측근들이 정권초기에 수사를 받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냉전 논리에 포박되어 숨죽이며 살던 진보 세력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깜짝 놀랄 일이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변화가 한꺼번에 닥치면 누구나 당황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체화된 판단 기준이나 신념 체계는 손바닥 뒤집듯 금방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옛 것을 포기하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변화라면 그 과정에 불안과 걱정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어 있다. 작용과 반작용 사이의 파열음도 크게 들릴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생경한 경험은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통치 방식에서 비롯된 수직적 통합 문화 청산에 따른 대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과거 억압적이고 폐쇄적이던 정치 체제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수평적인 통합, 즉 삶의 질을 확충하는 작업은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무시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만일 현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개혁 프로그램들이 이런 새판을 짜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면 도전할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수렴하여 정교한 액션플랜을 만들고 선택한 과제에 집중하는 과정을 밟을 때 성공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 1년은 개혁의 화두를 던지고 전열을 정비하는 데 정력을 쏟은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요구로 탄생했고 소수 정권의 열세와 지난 정권의 유산, 구시대적 질서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기가 무척 어려운 짐을 지니고 출발한 것이 사실이다.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혼란과 갈등도 이런 힘의 열세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는 낡은 부패구조를 해체하면서 권력과 금력이 통하지 않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주어진 여건과 수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인 생경한 모습은 기존 패러다임 속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도권을 쥐고 안정감을 보여주기까지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는 현란한 대응 전략의 노무현 리더십은 간단하게 볼 일은 아닌 듯 하다. 개혁의 성패는 이제부터이다.
이제 노무현 리더십은 개혁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각론으로 들어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자면 개혁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방향인지를 국민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메시지로 바꿔 '개혁의 코드'를 모두가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들의 마음을 사고 그들을 설득하고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이 성공한 개혁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에 태어나 민주주의와 함께 자란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중지를 모으는 일에 앞장서 줄 것을 주문한다. 국민 모두가 스스로 어려움을 이기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개혁의 절반은 이룩한 것이다. 또 안정과 화합의 사회로 바뀔 것이다.
박 영 상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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