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병원 직원 한 사람이 진료접수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급하다면서 진찰을 받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1∼2달 전에 예약을 하고, 기다려온 환자들이 이러한 병원 직원의 '새치기'를 용납할 리가 없다.하지만 그처럼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분을 들어오게 했다. 병원 기사이신 그 분은 대뜸 "가슴이 곧 터질 것 같다"며 바로 진찰용 침대에 누워 버렸다. 얼굴은 노랗고, 식은 땀도 흘리는 것이 심상치 않아 바로 옆방으로 옮겨서 심전도검사를 해보니 급성 심근경색증이었다.
곧바로 관동맥 촬영과 함께 막힌 혈관을 금속망 시술로 재개통하자 혈압이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기사의 나이는 고작 28살. 조금 뚱뚱하긴 했지만 활달한 성격이었고, 먹성 좋기로 소문났으며 큰 피자 한 판을 혼자서도 해치운다. 15년전만 해도 20대에서의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상상할 수도 없는 질환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이와 관련 없이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이 있으면 이러한 질환부터 먼저 의심해봐야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협심증,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무려 두배나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0.6% 정도 감소하고 있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 실정은 이렇게 나쁜 쪽으로 변하고 있을까? 높은 흡연율과 식생활 변화가 주 원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사협회지 보고에 따르면 심장질환 발생과 관련된 147편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수소화되지 않은 불포화지방섭취로 바꾸는 것이 돌연사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트랜스지방은 튀김과 일부 식용유에 많은 것이고, 포화지방은 쉽게 눈에 보이는 고기의 지방 덩어리로 보면 된다.
불포화지방이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수소화'는 무슨 말인가? 식물성 식용유들은 보존 등의 문제로 인해서 수소화 처리를 하게 되는데 이때 트랜스지방이 형성되고, 기름을 끓이게 되면 트랜스지방은 더욱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 트랜스지방은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방인데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 식용유의 공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발생된 특수한 지방이다.
이 트랜스지방은 딱딱한 기름에 더 많이 들어 있어서 쇼트닝, 마가린등에 특히 많고 패스트푸드를 만들 때 많이 들어간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케이크, 일부 빵 등에도 있으며 감자칩, 크림류 등 맛있는 스낵에는 어김없이 들어가 있어서 주변에서 이 트랜스지방을 피하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다. 특히 냉동피자와 전자레인지용 팝콘에서 높게 나타난다.
트랜스지방은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떨어뜨리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상승시키며 혈관 산화를 촉진시켜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담배와 거의 같은 악영향을 낳는다. 트랜스지방의 섭취가 2% 늘면 심장병 위험은 25%가 증가한다. 그런데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은 다 맛이 좋으니 그것이 문제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