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 대선에서 백악관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이 소비자보호운동가인 랠프 네이더(70·사진)의 대권 도전 선언으로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그가 반 공화당 진영의 표밭을 쪼개 민주당 진영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네이더는 22일 오전 NBC TV의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대선 출마는 녹색당 후보로 1996년과 2000년 출마한데 이어 세번째다.
그의 출마 소식은 민주당원들에게 2000년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당시 네이더가 얻은 표는 총 유효표의 2.7%인 280만 표에 불과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와 뉴햄프셔주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누를 때의 표차가 네이더의 득표를 밑도는 것이어서 민주당측은 그가 진보 성향의 표를 잠식한 것이 고어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그가 이번에도 박빙의 승부처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그의 입후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테리 매컬리프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최근 CNN과의 회견에서 "네이더와 여러 차례 만나 민주당 후보의 표를 잠식할 수 있으니 출마하지 말 것을 촉구했었다"고 밝혔다. 부시 낙선 운동을 펼치는 독립적인 진보주의자들과 좌파 성향의 잡지 네이션의 편집진들도 도 네이더의 불출마를 종용했다. 한때 그의 지지자였던 존 피어스는 웹사이트'랠프 불출마 닷 넷(RalphDontRun.net)'을 개설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완고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네이더가 결국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네이더는 앞서 미공영라디오(NPR)와의 회견에서 불출마 권유를 "일종의 검열"이라며 반발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1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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