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낸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일약 세계적 인사가 됐으나 연구성과를 보는 일반인들의 생각은 다양한 것 같다.먼저 "뭐, 그렇게 대단한 거냐"는 질문이 있을 법하다. 1997년 영국 이안 윌머트 박사팀이 체세포 복제 양 돌리 탄생을 알렸을 때 사람들은 충격과 흥분에 휩싸였다. 복제기술을 난치병 치료에 활용하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후 복제연구의 1차 목표는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일이었다. 황 교수는 이번에 그 일을 해냈다. 세계 과학자들이 흥분한 이유다. 앞으로 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 2번째 고지만 넘으면 세포치료는 현실화된다.
둘째는 윤리적 타당성에 대한 관심이다. 실제로 복제 인간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기만 하면 복제 인간이 태어난다. 거기까진 아니어도 인간이 될 배아를 마음대로 주물러도 되느냐는 의문도 끊임없다. 이에 대해 복제연구를 허용하자는 주장의 근거는 수정 후 14일까지의 배아는 '태아'라기보다 '세포'에 가깝다는 것이다. '잠재적 인간'보다는 지금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논리다.
'생명의 주체'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문제는 어떨까. 돌리의 탄생은 '신에 대한 도전'으로 불렸다. 암컷과 수컷이 만나지 않아도 생명체가 탄생하다니! 정자, 난자의 생식세포와 피부, 뼈 등 체세포의 구분이 사라지고 모두 잠재적 생명체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현실은 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수정 순간부터 생명체로 보는 종교인들은 여전히 복제 연구를 반대하지만, 복제배아로부터 얻은 줄기세포를 필요로 하는 환자의 소망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치료과정은 그저 세포를 주사로 주입하는 것이어서 거부감이 크지 않다.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이식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일이다.
인공 생명체의 이미지를 풍기던 시험관 아기는 보편적 불임시술로 자리잡았다. 신의 저주는 단지 감염질환으로 밝혀졌다. 복제 클리닉이 생기고, 윤리 논쟁과 혼돈이 과거의 일로 여겨질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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